복지부동 부추기는 국회 … 초대박 정책에 칭찬 대신 '경고'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9.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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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정부가 도입해 코로나19 사태로 극도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둔 '상생소비지원금' 정책에 대해 국회가 칭찬 대신 경고를 날렸다. 모자라는 예산을 예비비에서 끌어다 쓴 것이 예산집행지침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이라는 정권의 기조에 적극행정으로 임한 정부 부처에 정책 효과는 완전히 무시하고 단순 지침 위반에 대한 책임만 물은 것이다.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잘못만을 추궁하는 국회의 기계적인 예·결산 심사가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2022회계연도 결산심사를 하고 2021년 말에 정부가 시행한 상생소비지원금 정책에 2022년 상반기 예비비를 일부 투입한 데 대해 '주의'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상생소비지원금은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내수를 북돋기 위해 2021년 10~11월 시행한 대책이다. 두 달간 카드 사용액이 전 분기(2분기) 사용액의 3%를 초과해 증가한 경우 초과 증가분의 10%를 월 10만원 한도로 돌려주는 환급(캐시백) 사업이다.

당시 내수를 진작하고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투입됐다. 정부는 애초 예산을 1조1000억원 요구했으나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가 7000억원으로 삭감했다.

환급 사업이다 보니 총예산 소요는 사후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사업이 국민의 큰 호응을 얻으며 최종적으로는 약 8000억원이 소요돼 예산이 1000억원가량 초과됐다. 이에 기재부는 정부 정책을 믿고 소비를 늘려준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로 하고 초과 예산을 2022년 상반기 예비비에서 충당하는 결정을 내렸다.

상생소비지원금 사업은 2021년 기재부가 최우수 정책으로 꼽을 정도로 국민 참여도가 높았고 실제 효과도 뛰어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상생소비지원금 사업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개월간 진행된 환급 사업에 1566만명의 국민이 참여해 1인당 평균 4만7880원의 환급 혜택을 받았다. 2021년 10월 카드 사용액은 13.4%, 11월에는 13.7% 증가해 통상적인 카드 사용액 증가율을 크게 뛰어넘었다. 그러나 기재위 결산심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정책적 효과는 모두 무시하고 예비비 사용을 지적하는 데만 급급했다. 송주아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회의에서 "기재부 예산집행지침에는 국회에서 삭감한 사업에 대해 불가피한 지출 소요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비비를 신청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원칙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치적임에도 불구하고 주의 처분에 동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런 게 자꾸 허용되면 국회 예산심의 의결권이 다 무력화돼 버린다"며 "이를테면 법을 만들어놓은 건데 정부가 마음대로 법 해석을 해가지고 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이건 지나가서 시정은 안 되지만 엄중 경고를 줘야 하는 상황인데 주의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원장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까지 예비비 사용을 문제 삼자 기재부는 결국 주의 처분을 수용했다. 2021년 사업 심사 당시 기재위는 "상생소비지원금에 온라인 배달앱 등 비대면 소비를 지원 대상 사용처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부대 의견을 채택하는 등 오히려 충분한 지원을 독려했다.

상생소비지원금을 비롯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회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문제 제기에 공직사회의 회의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갈수록 새로운 유형의 사업이 다양하게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기계적인 문제 제기를 계속한다면 적극행정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죽어라 일하고 국회에 불려가 욕먹는 게 일상이다. 공무원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며 "정책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복지부동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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