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CJ, 적극적 재무구조 개선 필요"
순차입금 87조원 SK그룹
장기차입금 비중도 높아
롯데그룹도 현금창출력 약화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주요 대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SK, 롯데, CJ 등 국내 그룹의 재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 주목된다.
6일 한국신용평가는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SK그룹에 대해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로 인한 차입금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확장 정책에서 영업 실적, 향후 투자 규모 등에 연계된 재무 부담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정유·화학(배터리 포함·SK이노베이션), 반도체(SK하이닉스), 통신(SK텔레콤), 에너지(SK E&S) 등의 사업을 하는 SK그룹의 합산 순차입금 규모는 2017년 말 22조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87조원으로 늘었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지속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하며 지난해 41조원가량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음에도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34%, 부채비율은 112%이며 장기 차입금 비중이 64%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평사들은 커진 재무 부담이 SK그룹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의 실적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장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력 사업의 견고한 시장 지위 등 그룹의 우수한 사업 역량, 올해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개선되는 전망 등을 감안할 때 그룹 신용도는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룹의 중·단기 신용도 방향성은 반도체·배터리 부문의 수익성 개선 수준과 속도, 자체 영업현금 창출력 개선과 추가적인 투자 재원 확보를 통한 재무 부담 제어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의 실적 개선 지연 등으로 영업현금 창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그룹 전반의 재무 융통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존 확장적 투자 정책의 재검토 또는 보다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 실행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우려가 큰 그룹사로 꼽히는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낙관적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유통(롯데쇼핑), 화학(롯데케미칼), 관광·레저(호텔롯데), 식음료(롯데칠성음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업황 악화로 영업손실 7626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 1분기 기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 등 투자가 지속되며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 3000억원, 2022년 말 3조1000억원, 올해 3월 말 기준 3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향후 신용등급 추가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앞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말 롯데케미칼(AA+·부정적→AA·안정적), 롯데지주(AA·부정적→AA-·안정적)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렸다. 자산 128조원과 영업 점포 등 부동산으로 구성된 유형자산 51조원 덕분에 재무 안정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생명공학(CJ제일제당), 엔터테인먼트·미디어(CJ ENM·CJ CGV), 유통·물류·IT(CJ대한통운) 등의 사업을 하는 CJ그룹에 대해서도 재무 부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CJ그룹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 14조9000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 3월 말 기준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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