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돈줄 막아라 … 尹, 아세안에 공조 요청
김정은·푸틴 만남 앞두고
아세안정상과 한목소리 경고
美 "북러 무기거래 안보리 위반"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발언을 통해 불법적인 무기 거래를 통한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 행보에 '옐로 카드'를 꺼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 상대방인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정황이 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대(對)러시아 무기 판매로 벌어들일 재원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쓰일 수밖에 없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북·러 양국이 무기 거래를 매개로 군사협력을 본격화해 동해상에서 연합군사훈련에 나서는 등 한반도 긴장이 격화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서 불법적으로 무기를 사들여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지속하며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을 부인했던 북한은 지난 7월 말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계기로 이뤄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적극적인 '무기 세일즈'에 나섰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강순남 북한 국방상의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미국을 맹비난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부정했다. 강 국방상은 담화에서 "공동의 원쑤(원수)를 반대하는 정의의 싸움에서 로씨야(러시아)와의 전투적 우의와 단결을 백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와 전쟁 물자, 무기, 군사 기술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 중"이라며 "국제 안보 규약과 합의사항들을 모두 일거에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비교적 중립적이며 다자 정상외교 무대인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정상회의 석상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비교적 북한과 원만한 관계를 가진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한 목소리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 등 각국 정상을 향해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 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해외 노동자 송출과 불법 사이버 활동의 차단을 위한 공조에 여러분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북한의 불법 은밀한 행동들이 중국이라는 영토와 공해상을 매개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유엔 안보리의 기존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데 중국이 나섰으면 좋겠다는 역할을 촉구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에게 특별히 반응을 하거나 부정적으로 응답한 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도 여러 국가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등 단호한 대응을 먼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리창 국무원 총리와의 한중회담 개최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될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공개적 약속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일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지 말 것을 북한에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 박윤균 기자 / 서울 김성훈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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