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텃밭' 아세안 뚫는다 … 현대차 이어 기아도 亞거점 구축
현대차 아이오닉5 앞세워
印尼시장 약진한데 이어
아세안 생산기지 태국 검토
중국산 전기차 시장 선점속
친환경車 무기로 견제 나서
기아가 태국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생산체제 재편과 맥을 같이 한다. 해외 생산거점 중 중국·러시아 비중을 축소하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미국·인도 비중을 확대하는 게 재편 전략의 핵심이다. 아세안 자동차시장의 경우 인구가 6억7000만명에 달하고 자원도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계가 독식했던 이 시장에 전기차(EV) 보급이 확대되며 중국계 진출이 늘어나는 등 시장의 판이 바뀔 조짐이 보이자 현대차그룹도 결정을 서두르게 됐다.
아세안자동차연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세안 7개국의 자동차 총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163만7226대다.
생산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6개국의 상반기 생산량은 작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211만7365대였다. 국가별로 보면 판매량 1위는 인도네시아지만 생산량 1위는 태국(92만1512대)이다. 기아 태국 공장이 건설되면 현대차그룹은 아세안 핵심 거점인 두 국가에 각각 생산기지를 두게 된다.
이 시장은 일본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도요타 등을 비롯한 일본차가 구축한 벽이 워낙 높고 공고하다보니, 쉽게 도전장을 내밀 수 없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전기차 등 전동화 전환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현대차·기아에도 기회가 생겼다. 현대차그룹은 EV를 앞세운 아세안 공략법의 성공 가능성을 인도네시아에서 먼저 봤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누적 판매 3913대를 달성했다. EV시장 점유율 56.5%로 중국 우링(1944대·28.1%)보다 2배 높을 정도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대차 EV 판매는 2028대(점유율 19.6%)로 우링(8053대·78%)에 절대 열세였으나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한 아이오닉5 인기 덕에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물론 여전히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의 최강자는 일본이다. 올해 1~7월 점유율은 도요타가 32.5%로 부동의 1위고, 이어 다이하쓰(19.6%)·혼다(14.5%)·스즈키(8.0%) 순이다. 현대차는 3.4%에 그쳤다.
하지만 아이오닉5가 인기를 끌면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 판매 순위는 2021년 13위에서 작년 8위 그리고 올해 6위로 빠르게 상승 중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이 현지에 건설 중인 배터리셀 합작 공장이 내년에 가동되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바탕으로 전기차시장 공략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전기차 침투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태국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등록된 배터리 전기차(BEV)는 1만4535대였다. 이는 작년 연간 BEV 등록대수(9580대)보다 많은 수치다. 이는 태국 정부의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 정책의 영향이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의 30%(약 70만대)를 전기차로 대체하려 한다.
또 자국을 아세안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전기차 분야 투자 진출 기업에 법인세 면제, 기계류 수입세 면제, 토지 소유 허가, 투자 활동 촉진을 위한 외국인 숙련노동자와 전문가에 대한 근로 허가, 외화 해외송금 허가 등 다양한 과세·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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