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원인 제공자’ 김태우 공천 유력

정대연·이두리·문광호 기자 2023. 9. 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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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한 빌딩에서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만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구청장직 상실로 다음달 11일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김 전 구청장을 다시 후보로 낼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해당 보궐선거에 공천하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유죄를 선고받은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했고, 이에 맞춰 국민의힘은 무공천 입장을 접었다.

국민의힘은 6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강서구가 여당에 유리한 지역은 아니지만,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4월 총선 전 마지막 수도권 선거여서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쉽지 않은 선거로 예견된다”면서도 “후보를 내는 것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오는 7일 공천관리위원회를 발족해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 공모·심사를 한다. 공천 잡음 최소화를 위해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실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김 전 구청장이 후보로 낙점될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김 전 구청장 외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이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 전 구청장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김 전 구청장은 형 확정 3개월 만인 지난달 광복절 특사를 받은 직후 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구청장 공천이 확정되면 본인 귀책으로 치러지는 보선에 출마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가 된다. 김 대표는 “불법 사실을 공익 제보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이 얼마나 왜곡·편향됐는지 확인해줬다”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무마한 것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무공천 기류가 우세했다. 예산 40여억원의 소요되는 보선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는 데다, 공천해도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강서구는 2020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모두 민주당에 승리를 안긴 지역이다. 국민의힘이 25개 서울 구청장 가운데 17곳을 따낸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김 전 구청장이 2.61%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6일 국회 본청앞 천막 단식투쟁장에서 열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자(가운데) 공천장 수여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달 말부터 당 지도부 안팎에서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커졌다.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 사면으로 공천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민주당이 지난 4일 강서구에 연고가 없는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하고, 김 전 구청장이 진 전 차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당 분위기는 공천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국민의힘은 출마를 준비한 민주당 인사들이 진 전 차장 공천에 반발하는 내분 상황과 정의당·녹색당·진보당 등 진보 성향 소수정당들이 후보를 내기로 한 것에 기대를 건다. 인지도 면에서도 김 전 구청장이 유리하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이 하락세이고, 대통령·서울시장 모두 우리 당이어서 지역 발전 공약을 제시할 화력을 가지고 있다”며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 보선에서 패할 경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수도권 위기론에 힘을 실어 지도부가 흔들릴 우려가 제기된다. 무관심한 선거로 지나가게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지면 큰일인데, 이겨도 이재명 대표가 타격을 받으면 민주당에 호재 아니냐”면서 “공천하면 안 되는 걸 공천했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공천을 강행하겠다니 뻔뻔하고 한심하다”며 “민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 바라기’ 여당에 대한 국민의 냉혹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전 차장은 “운동장에서 반칙으로 퇴장 당한 선수가 다시 선수로 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사법부 판단과 국민 상식을 거꾸로 세우며 원인 제공자인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한다면 사상 초유의 후안무치, 국민 무시 공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선거가 됐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지만, 그 결과는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대한 국민 평가로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 단식 천막에서 진 전 차장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면서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주와 퇴행을 경고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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