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에 "같이 죽자" 공포의 질주…사고나자 혼자 내뺐다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여자친구와 차 안에서 싸우다가 “같이 죽자”며 과속 운전을 해 사고를 낸 뒤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화면. (사진=SBS 보도 화면 캡처)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서귀포경찰서는 특수협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5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55분쯤 여자친구 B씨를 차에 태우고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마을 안 도로에서 시속 97km 속도로 과속 운전하며 B씨를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인근 옹벽을 들이받아 B씨에게 흉골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히고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도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옹벽을 약 50미터 가량 남겨두고 사고 직전 차량 속도를 시속 40km 정도까지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당시 금전 문제로 B씨와 다투다가 “같이 죽자”며 범행을 저질렀고, 사고 20분 후 직접 걸어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사고 차량을 발견한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적 조회 등으로 운전자를 특정했으나, A씨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사에 응하지 않자 지난달 28일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교통사고 고의성 여부 입증에 주력했지만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특수상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겁을 주려고 한 것이며, 사고를 낼 생각은 없었고, 차 속력이 생각 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사고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게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만약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로원 (bliss24@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