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편지 3억원에 낙찰···비행기 추락 생환기

1953년 케냐에 머물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진 제공=미국 국립기록원

[서울경제]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편지 한 통이 경매에서 23만 7055달러(약 3억 원)에 팔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네이트 샌더스 경매에서 낙찰된 이 편지에는 헤밍웨이가 1954년 아프리카에서 두 차례 연속 겪은 비행기 추락 내용이 담겼다. 당시 55세이던 헤밍웨이는 네 번째 배우자 메리 웰시 헤밍웨이와 함께 콩고·케냐·르완다 등 동아프리카에서 사파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를 태운 경비행기는 그해 1월 23일 전선에 걸려 악어가 우글거리는 나일강 변 정글에 떨어졌다. 헤밍웨이 부부는 정글에서 밤을 보낸 뒤 이튿날 관광객을 태운 선박에 구조돼 두 번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이 비행기도 이륙 과정에서 불이 붙어 땅에 떨어진 뒤 폭발했다. 부부는 중상을 입었으나 목숨을 건졌다.

경매에서 낙찰된 서한은 극적인 생환 경위와 직후 헤밍웨이의 일상을 담고 있다. 그는 그해 4월 1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 호텔 편지지 4쪽에 근황을 적어 자신의 변호사 앨프리드 라이스에게 전했다. 헤밍웨이는 서한에서 “문제는 몸 안에 있다”며 “오른쪽 신장이 파열됐고 간과 지라도 다쳤다”고 했다. 그는 또 “뼈까지 3도 화상을 입은 오른팔 때문에 경련이 나서 편지를 많이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진행한 경매에서 서한의 시작가는 1만 9250달러였으나 12차례 호가 속에 10배가 넘는 액수에서 낙찰이 이뤄졌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