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무제한 쓰면 효용 감소”…요금제 선택요인 들여다보니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9.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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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무제한 선택요인 분석
결합상품 쓰면 무제한 이용 늘어
무제한으로 전환 시 효용 감소
SKT보다 KT 요금제 효용 높아
“요금정책에 시사점 주는 결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동통신업계가 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 기조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고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이용자 효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지원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학회지 JKDAS(한국데이터분석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연령이 낮고 소득이 높은 경우 요금제를 변경할 확률이 더 높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백 교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요금제 변경이 편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결합상품 이용자, 데이터 무제한 선택 가능성↑
백 교수에 따르면 소득이 높을수록, 음성 무제한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일수록, 유료 앱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일수록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할 확률이 높다.

음성 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그렇지 않은 가입자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탈할 확률이 7% 더 낮았다. 유료 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가입자도 데이터 무제한이 아닌 요금제로 전환할 확률이 미경험 가입자보다 3% 더 낮게 추정됐다.

결합상품 가입자일 경우 미가입자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할 확률이 약 3.5%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결합서비스가 사용량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정액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백 교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평균요금이 사용량에 비례하는 종량요금제보다 높기 때문에 결합상품 등을 통해 요금할인 혜택이 주어질 경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할 확률이 더 커질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전환할 경우 나타나는 효용을 추정한 결과도 제시됐다. 백 교수 분석을 보면 가입자들은 평균적으로 KT, LG유플러스보다 SK텔레콤을 더 선호했다.

반면, 연령이 높을수록 SKT보다 KT를 선택할 가능성이 컸다. 소득이 높으면 KT보다 SKT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음성 무제한 서비스 가입자는 SKT보다 LG유플러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KT를 선택할 가능성은 더 낮았다.

백 교수는 “추정 결과 SKT에 비해 KT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고객의 효용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제한 요금제 전환하면 이용자 효용 감소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요금제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할 경우에는 소비자 효용이 감소한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백 교수는 “30GB~100GB 사이를 제공하는 세분화된 요금제가 거의 없고 소량과 다량 이용자에게 적합한 요금제 위주로 구성돼 있어 데이터 사용량이 크지 않은 고객들도 본인의 최적 사용량을 초과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요금제 변경 시 실제 사용량 대비 요금이 높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효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올 상반기 통신3사가 월 30~100GB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한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앞서 SKT는 30~100GB, KT와 LG유플러스는 50~100GB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고가 요금전략으로 활용돼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연령별, 서비스 이용 행태별, 사용량 구간별 이용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통해 선택권을 확대할 때 소비자 편익이 제고된다는 의미이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요금정책 방향에 시사점을 주는 결과”라고 했다.

정부 통신정책에 업계 예의주시…영향은?
이번 연구는 요금제 선택에 미치는 요인과 편익 효과를 다뤘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백 교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진행한 2019~2022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의 개인용 설문데이터를 이용했다. 미디어패널조사는 매년 6~7월 전국 400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4128가구, 9941명을 조사했다.

백 교수는 이를 토대로 각 개인에게서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패널 프로빗 모형과 개인별 선호도를 고려해 결과를 예측하는 혼합 조건부 로짓 모형을 사용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해 전체 가입자 가운데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가입 비중은 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5G 가입자 중에서는 24.32%를 차지했다. 202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 정부의 통신정책이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 통신3사 실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정부는 앞서 데이터 이월제도, 5G 요금제 시작구간 하향 등을 언급했다.

김진원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정부가 발표한 방안 중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것들도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사안들도 있다”며 “따라서 현시점에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발표한 신규 사업자 도입이라든지 알뜰폰 시장 방안과 같은 각각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일정 부분은 SKT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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