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짜리 '한 달 살기' 전락한 청년 해외취업 사업 [사설]
정부 지원으로 해외에서 취업한 34세 이하 청년의 40%가량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취업자 1인당 정부 지원액이 평균 11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예산 550억7400만원을 들여 5024명의 해외 취업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1개월 근속한 취업자는 64%에 불과했다. 열 명 중 네 명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한 셈이다.
비자 만료나 기업 경영상 이유로 퇴사한 사람은 26.2%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자발적 퇴사자의 42%는 '충분한 경험'을 퇴사 이유로 꼽았다. 단기간의 해외·직장 생활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짧은 기간이라도 해외에서 일해보는 것은 개인에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해외 한 달 살기' 체험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청년고용률은 47%로, 15~24세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만8000명이 줄었다. 경제활동 없이 쉬었다는 청년도 40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 증가했다. 청년 일자리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 취업을 위해 정부가 교육·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구직활동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에서 한두 달 살고 오려는 지원자는 걸러내고, 사후 관리를 강화해 청년들이 해외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예산만 축내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폐지 운명을 맞은 성남시의 청년 기본소득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문제점을 바로잡고,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취업 지원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청년을 위한 최고의 일자리 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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