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집단자살 가속사회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을 '집단자살 사회'라고 부른 게 2017년 9월이다. 당시 서울을 찾은 그는 한국 여대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이를 갖는 순간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결혼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도 낳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는 "집단자살 사회"를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출산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높았다. 그해 합계출산율은 1.052명. 올해 2분기 0.7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별로 따져도 2017년에는 서울과 부산만 출산율이 1명을 밑돌았을 뿐이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출산율은 모든 시도에서 1명 밑으로 추락했다.
이 사실을 알면 라가르드 총재는 무슨 말을 할까. 한국이 집단자살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며 '집단자살 가속사회'라고 개탄하지 않을까. 특히 그는 올해 2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 숫자를 들으면 기가 막혀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 숫자는 0.53명. 부부 한 쌍이 아이 둘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서울은 부부 두 쌍이 1명을 낳는 꼴이다.
혹시나 싶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출산율을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보다 훨씬 높다. 전쟁 탓에 합계출산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2020년 1.44명, 2021년 1.439명, 2022년 1.437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2배를 웃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젊은 부부들이 맞닥뜨린 출산 환경은 전쟁보다도 힘겹다는 것인가. 실제로 젊은 부부들은 출산에 관한 한 전쟁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인적인 집값과 사교육비의 무차별 공습 앞에서 '출산 포기'라는 백기를 들고 속속 항복을 선언하고 있다. 그 공습은 총과 대포, 미사일의 위협에 못지않은 듯하다. 그 전쟁에서 우리 청년들을 구해내지 못하면 국가 소멸은 운명처럼 다가올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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