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흉상 건립 홍역' 울산시 '세계 최대 성경책' 제작 등 추진

조민주 기자 2023. 9.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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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흘러간 마인드로 시정 운영" 비판
시 "계획안 변동 가능…시민 의견 충분히 반영"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1일 열린 울산시의회 제24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제3회 울산시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제공)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시가 천주교 성지에 '세계 최대 성경책'을 제작·전시하고 태화사를 복원하는 등 지역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관광명소를 만들어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불과 3개월 전 '기업인 흉상 건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는 만큼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울산시는 최근 시의회에 '2023년도 제3회 울산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추경안에는 '역점 신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위한 예산 5억원이 포함됐다.

시가 추진하려는 역점 신사업은 총 3가지다. 시는 먼저 울주군 언양읍 천주교 성지인 '살티공소'에 전시관을 건립하고 세계 최대 크기의 성경책을 제작·전시할 계획이다. 이곳은 천주교 박해시기에 순교한 김영제(1827~1876) 베드로의 묘가 있는 곳이다. 시는 여기에 세계 최대의 성경책을 전시하고 인근 순례길을 확대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태화루 건너편 공영주차장 인근에 태화사를 복원하는 사업을 이번 용역에 포함했다. 태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중구 태화동 일원에 창건했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남구 번영사거리에 교통섬 위로 5m 높이의 구조물을 올려 1만9000㎡의 공중정원과 랜드마크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울산을 상징하는 구조물을 설치해 이색 명소를 만든다는 목표다.

해당 용역은 울산연구원이 맡아 내년 상반기까지 수행한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 등을 확정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제241회 임시회 중인 지난 5일 울산시 추경안 예비심사에서 미래전략본부 소관인 해당 용역을 심의했다. 시의원들은 신사업 기본계획 수립 시 시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할 것과 신중한 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문석주 의원은 "시급성, 긴급성 등 3회 추경 편성의 목적에 맞는 효율성 있는 예산운용이 필요하다"며 "사업 추진에 있어 시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수종 의원은 "번영사거리 공중정원 랜드마크의 경우 기존의 신복탑도 철거해 평면신호체계로 변경하고 있는 상황과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업추진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백현조 의원은 "타시도의 경우 흉상 조성 이후 흉물로 방치된 사례가 있다"며 "랜드마크 조성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종훈 의원은 "역점 신사업 기본계획 수립의 사업 방향과 목적 등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국내 최대, 세계 최대의 조형물로 관광객을 모으는 시대가 아니다"며 "김두겸 시장이 흘러간 마인드로 시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사업이 세금 낭비이고, 효과가 없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계속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른지역의 사례 검토도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도 재정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은 더욱 심할 것인데 경제나 일자리, 복지가 아닌 가시적인 사업 위주로 세금을 편성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시정이 엄중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울산시는 앞서 기업인 흉상 건립 추진 당시 있었던 논란을 의식한 듯 사업 추진에 있어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울산의 랜드마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계획안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사업 추진 시에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오는 15일까지 제3회 울산시 추경안 등 총 48개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minjum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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