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셀프처방 의사 年 8000명…진료 맡겨도 될까?(종합)

강승지 기자 2023. 9.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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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있는 4명 중 1명은 3년 이상 셀프처방 반복
최연숙 의원 "환자 진료권 침해 및 안전 위협, 제한 필요"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만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을 지난 한 해 16만정이나 처방한 지방의 요양병원 의사 A씨. 매일 먹는다면 440알에 달한다. A씨는 척추 수술 후유증 때문에 진통제가 필요했다며, 모두 자신이 먹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그가 마약류관리법의 오남용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양도하지 않고 자신의 치료를 위해 복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수사받고 있던 올해 상반기에도 마약류 3만7000여정을 셀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250여알에 달한다.

최근 3년여간 매년 8000명 안팎의 의사(치과의사 포함)가 A씨처럼 의료용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들 4명 중 1명은 3년 이상 셀프 처방을 반복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 5월까지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 이력이 확인된 의사는 1만5505명이다.

이는 2022년 말 기준 전체 활동 의사(11만2321명)와 치과의사(2만8015명)의 약 11%에 이르는 숫자다. 연도별로 △2020년 7795명 △2021년 7651명 △2022년 8237명 △올 5월까지 5349명이다.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 실태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3년 5개월간 총 2만9032명이 총 9만868건, 알약 기준 321만3043개의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2062명(13.3%)은 2020년 이후 올 5월까지 매년 빠짐없이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이력이 확인됐고, 2000명(12.9%)은 3년에 걸쳐 셀프처방 이력이 확인됐다.

이를 합치면 셀프 처방 이력이 확인된 의사 4명 중 1명은 거의 매년 상습적으로 셀프 처방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셀프 처방 마약류를 성분별로 살펴보면, 처방 건수로는 공황장애가 있을 때 복용하는 항불안제가 가장 많아 전체 처방 건수의 37.1%를 차지했다.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졸피뎀이 32.2%, 식욕억제제 19.2% 순이었다. 처방량으로 보면 항불안제가 37.7%, 졸피뎀 19.8%, 식욕억제제 18.8% 순이었다.

최근 3년간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을 점검한 인원은 2020년 26명, 2021년 16명, 2022년 19명으로 3년간 61명에 불과했다.

이중 수사 의뢰를 한 경우는 2020년 19명, 2021년 5명, 2022년 14명 등 38명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15명이 송치됐고, 불송치 15명, 수사 중인 인원은 8명이었다.

마약류 셀프 처방은 특정 전공과목이나 병원 구분 없이 만연해 있는 것도 확인됐다.

마약류 셀프 처방 의사를 의료기관별로 구분하면, 2022년 기준 개원 의사가 541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종합병원 1101명, 상급종합병원 701명, 병원 499명, 치과병원과 치과의원이 226명, 공중보건 의료업 122명, 요양병원 114명, 한방병원 59명 순이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셀프 처방 의사 수는 2020년 622명, 2021년 546명, 2022년 701명, 2023년 5월 기준 416명으로 연평균 669명이었다.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1곳에서만 2020년 114명, 2021년 79명, 2022년 99명, 2023년 5월 기준 49명의 의사가 셀프 처방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학병원 1곳당 수련의와 전공의를 포함해 대략 500여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 5명 중 1명 꼴로 마약류 셀프 처방을 하는 셈이다.

마약류 의약품 처방을 한 의료기관 중 셀프 처방이 발생한 의료기관을 살펴본 결과 2022년 기준으로 종합병원 376개소 중 242개소(64.4%)에서 셀프 처방을 하고 있었다.

병원 1707개소 중 337개소(19.7%), 의원 3만2627개소 중 5189개소(15.9%)로 집계됐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이 속하는 공중보건의료업도 521개소 중 94개소(18.0%)가 셀프처방이 있었다.

최 의원은 "국립대 병원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병원 전산시스템으로 마약류 셀프처방을 자체적으로 막은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일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은 본인 문제일 뿐 아니라 환자의 진료권 침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의료인의 셀프 처방을 막는 사회적 장치 마련에 힘쓰고 있다.

캐나다·호주는 의사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마약류를 포함한 통제 약물을 처방하거나 투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의학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가처방과 가족처방을 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했고 미국도 자가처방을 인정하되 가족이나 의사 자신에게 처방을 금지하는 약물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물론 식약처도 의사의 마약류 셀프처방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다양한 정책 수단을 우선 살펴보자"는 입장이다.

진료권과 처방권, 본인·가족의 치료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자는 취지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셀프 처방에 대한 감시 횟수를 늘리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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