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행사 참석한 윤미향, 실제 ‘접촉’ 여부가 법 위반 판가름
윤 의원·조총련 의사 교환 여부가 쟁점
통일부, 행사 참석 경위서 제출 요구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친북 단체가 주최한 행사인 만큼 사전접촉을 신고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의원 측은 행사 당일과 사전 참석 조율 과정에서 조총련 측과 접촉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이 지난 1일 일본에서 열린 조총련 주최 추모식에 참석한 사실이 다음날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현행법 위반”이라고 단정했다. 이에 윤 의원은 지난 5일 “행사에 참석해 헌화만을 했을 뿐 (조)총련 인사와 정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통일부는 “조총련이 주최·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통일부의 사전 접촉신고 수리가 있어야 한다”며 “접촉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었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경위서 징구 등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은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일부는 접촉 개념에 대해 “남북 주민이 서로 정보나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과정”이라며 “의사 교환의 방법, 수단, 장소 등을 불문하고 어떤 형태로든 특정 내용의 의사가 교환됐다면 접촉으로 간주한다”고 정의했다.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은 북한의 주민으로 본다”는 법 규정상 조총련은 북한 관련 단체이며 접촉하려면 통일부에 신고해 승인받아야 한다.
윤 의원이 북한주민 사전접촉 신고 의무를 위반했는지의 핵심은 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석한 자체보다는 조총련 측과 직·간접적으로 정보나 메시지를 교환했는지에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통화에서 “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접촉이라 보기 힘들다”며 “실제로 윤 의원과 조총련이라는 당사자 간에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행사 당일 뿐 아니라 행사 참석을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총련 측과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출장계획서에 조총련 주최 행사 일정을 명시했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조총련 측과 사전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윤 의원 측은 조총련 측과 행사 참석을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조총련이랑 협의해 행사에 간 것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총련 주최 행사는 일본에서 참석한 여러 행사 중 일부에 불과했으며, 참석 목적은 북측과 접촉이 아닌 순수 추모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한국에서 구성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의 초청”으로 참석했다고 밝힌 상태다. 윤 의원이 공개한 추진위 참여 50개 단체에는 조총련이 포함돼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으로 친북단체 행사에 참석하며 발생할 논란을 고려해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석 자체가 북측과의 회합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북측 인사들과 예상치 못한 접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적 절차를 엄밀하게 밟았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통일부는 이날 윤 의원에게 행사 참석 관련 경위서를 오는 13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경위서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전접촉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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