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칼럼] 野 지도자 이재명과 애틀리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9. 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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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노동당 당수, 전란 극복 위해
정파 넘어 처칠과 초당적 협력
李대표, 1년간 尹정부 발목만
방탄단식 접고 '국익' 행보를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노동당 당수를 지낸 클레멘트 애틀리는 보수당의 윈스턴 처칠 총리와는 정치적 라이벌이면서 국정 동반자 관계였다. 1935년 노동당 수장에 오른 그는 당시 처칠이 주도한 '전시 대연정'에 부총리로 참여해 국정을 보좌했다. 그는 처칠과 성격부터 정치 성향, 정책 기조까지 모두 달랐지만 '국익'과 '국민'을 위해 당파와 이념을 넘어 내정을 관리하고 경제를 진두지휘하며 전후 재건 설계를 주도했다. 당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함락된 뒤 노동당 내에서 '히틀러와 협상' 요구가 쏟아졌을 때도 그는 "나치와 맞서 싸워 최후를 맞겠다"는 처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애틀리는 "독일은 죽음뿐만 아니라 사상까지 말살할 것"이라며 직접 의회를 설득하기도 했다. 처칠도 저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립정부 기간 애틀리와 나는 서로 신뢰하며 편하게 협력했다"고 회고했다.

애틀리는 '친미·반소' 반공 정책을 견지할 만큼 애국심도 남달랐다. 당내 극좌 노선을 끝까지 거부하고 처칠과 함께 공산주의의 세계 팽창을 저지했다. 그가 1945년 7월 총선에서 '전쟁 영웅' 처칠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유연한 사고와 불굴의 신념, 애국심을 바탕으로 국리민복과 나라 기틀을 다지는 데 헌신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처칠과 애틀리는 때로는 치열하게 다퉜으나 결국 힘을 합쳐 누란 위기에 처한 영국을 구하고 전후 새 나라 초석을 쌓는 데 불멸의 공적을 남겼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5월 취임 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은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야권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작년 8월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쥔 이재명 대표는 대승적 협조는 고사하고 대여 투쟁에 앞장섰다. 걸핏하면 '대통령·장관 탄핵'을 외치며 정권을 흔들었고 지지층을 위한 포퓰리즘과 입법 폭주로 국정 발목을 잡았다. 기득권 노조와 좌파단체의 불법·폭력 시위를 감싸며 헌정 질서와 법치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가치도 훼손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돈봉투 살포, 김남국 코인 의혹 등이 터질 때면 사죄와 자정 대신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검찰 수사를 호도하고 방탄막을 폈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핵폐수' '세슘 우럭'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 선동으로 공포 조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국회 168석을 거느리는 이 대표는 정기국회 전날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면서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더니, 그 와중에 '쪼개기 조사'를 검찰에 요구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러니 김진표 국회의장의 일침처럼, 이 대표 단식을 놓고 "명분 없는 방탄 단식"이라는 힐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대표의 사생결단식 투쟁에는 협치에 인색한 여권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생과 경제를 팽개친 거야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가 면책될 순 없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안보도 신냉전과 블록화로 위중한 상황이다. 이런 때에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중·러 밀착과 김정은·푸틴의 무기 거래 결탁은 외면한 채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만 문제 삼는 것은 국익과 안보 자해나 다름없다. 6·25전쟁 때 공산주의 침략을 분쇄하고 대한민국 자유와 평화를 위해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 파견을 결정한 애틀리가 알면 통탄할 일이다.

권력에 대한 야당의 견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국익과 국민보다 이념과 정파에 사로잡혀 극단적 투쟁만 고집하는 것은 자멸만 부를 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책임 있는 공당 대표로서 국정 안정에 얼마나 협조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애틀리처럼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지닌 지도자가 되진 못할망정, 반국익·반민주·반도덕적 행태로 민주당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려선 안 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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