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기자 양심을 판 대가 1억6500만원
6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인터뷰의 대가로 1억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해 "대한민국 혼맥지도 책 세 권에 대한 대가"라고 해명했다. 이는 지난 2월 경매에서 낙찰된 만해(萬海) 한용운의 첫 시집 '님의 침묵' 초판(1억5100만원)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이미 출판까지 된 책을 1억5100만원어치도 아닌 권당 5000만원에 팔았다는 황당한 얘기는 기자 출신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다.
더 황당한 건 해당 조작 인터뷰를 보도했던 뉴스타파 태도다. 뉴스타파 측은 지난 5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당시에 대장동 사건이 대선의 주요 쟁점인 상황에서 김씨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은 보도 가치가 컸고,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모금 등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독립 언론을 표방하는 탐사보도 매체로, 조세회피처와 회피기업을 고발한 '파나마페이퍼스' 등으로 한때 주목받았다. 그런 탐사보도 매체에서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공정성을 상실한 내용을 보도한 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알 권리'는 언론사 입장에서 '거짓을 팔 권리'가 아니라 '진실을 알릴 권리'다.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고 지어진 아파트가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결국 붕괴 위험이 도사린 건축 흉기가 되는 것처럼, 거짓의 토대 위에서 한 보도는 아무리 알 권리를 운운해도 '부실 보도 흉기'에 불과하다.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폴 발레리(1871~1945)는 "거짓말과 그것을 쉽게 믿는 성질이 하나가 되어 여론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김씨의 허위 인터뷰는 언론보도라는 '날개'를 달고 여론을 왜곡했고, 더 나아가 대선에까지 영향을 줬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방해한 엄연한 범죄행위다. 그들은 1억6500만원이 책 세 권의 대가라고 하는데, 정상인의 눈에는 언론의 양심을 팔아넘긴 대가로 보인다.
[이호준 정치부 lee.hoj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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