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최지원? 아니 엄지원![인터뷰]

이유민 기자 2023. 9.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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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사진. 티빙 제공.



“실제 엄지원도 완벽주의를 추구해요. 회사 생활 하는 사람 중에 대충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아요?”

배우 엄지원이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에서 커리어우먼 최지원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돌아온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그린다. 엄지원은 극 중 배경이 되는 마켓하우스의 ‘실세’ 실장 최지원 역을 맡았다. 커리어의 성공을 위해 물, 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엄지원 사진. 티빙 제공.



“지원은 회사의 성공만이 자신의 자존감을 확인하는 창구가 된 사람이에요. 일이 곧 ‘나’인 사람이죠. 제가 회사 생활을 해본 적 없지만, 맡은 업무를 해내기 위해서 지원이 하는 노력이 안쓰러우면서도 이해되더라고요. 저도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회사원이 됐을텐데, 최지원처럼 성공하고 싶었을거에요. 배우 생활을 위해 제 삶에서 포기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과 지원의 교집합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극중 최지원은 남자 직원들 틈에 껴서 정보를 얻기 위해 흡연을 배우고 어느덧 ‘맛깔나게’ 담배를 피우는 인물이 됐다. 엄지원은 최지원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비흡연자임에도 거울을 보고 담배 피우는 연습을 이어갔다고 했다. 최지원은 뛰어난 업무 능력 뿐 아니라 우아한 표정과 걸음걸이, 시크한 옷차림 등 완벽한 커리어우먼을 표방한다. 엄지원은 “오피스물이니까 오피스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의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어떻게 입을지도 신경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엄지원 사진. 티빙 제공.



이번 작품이 그에겐 첫 오피스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것일까.

“7, 8화의 대사 중 제가 해라에게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시킨 일이나 똑바로 해’라는 대사가 있어요. 연기라도 ‘이거 너무 센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감독님께 ‘이런 말 진짜 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캐릭터 최지원과 실제 엄지원의 싱크로율은 어느정도 일까. 그는 “실제 엄지원도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면서 “회사 생활 하는 사람 중 대충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런 완벽주의 최지원에게도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진다. 모르는 이와 함께한 하룻밤. 이에 대해 엄지원은 “최지원이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일만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날의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요. 또 지원에게는 그날이 아버지 장례식에 가지 못하고 회사 상사의 장례식 빈소를 지키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든 날이었기 때문에 잠시 해프닝을 일으켰던 것 같아요.”

엄지원 사진. 티빙 제공.



엄지원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비롯해 ‘작은 아씨들’ 등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잔혹한 인턴’은 특히 대한민국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면서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작가님, 감독님이 드라마로 풀어주셨을 때 연기로 말할 기회가 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서 “요즘은 ‘여성 서사에 관심 있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차별적으로 들릴 정도로 다양해졌다.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지점이 있고, 그 책임감이 앞으로도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드라마 속 지원이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라면, 현실 속 지원은 ‘성공한 여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40대 여배우로서 나는 어느 길을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 작품이 들어오고 일을 하면서 성장을 했죠. 성장이 성공은 아니지만,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어요. 답을 찾았다는 것보다는 그냥 일을 ‘개미지옥’처럼 열심히 했더니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이유민 온라인기자 dldbals525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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