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표시”, “호의 아닌 권리될 것”…韓 상륙한 ‘팁 문화’
소비자들 “팁 의무화 업장 생기면 호의 아닌 권리 될 것”
미국서도 과도한 팁 요구에 부담 커져
전문가들 “최저임금제 적용되는 한국서 팁 의무화는 부적절”
[헤럴드경제=김영철·박지영 기자] #. 6일 오후 12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식당 계산대 옆에는 팁을 넣는 박스가 놓여 있었다. 해당 박스 안에는 100원과 500원짜리 동전부터, 1000원과 1만원 지폐들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해당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음식점을 연 4년 전부터 계산대 옆에 늘 팁 통을 뒀다. 종종 매장 음식을 맛있게 먹은 손님들이 계산을 치른 뒤 박스 안에 소액의 팁을 넣고 가곤 한다”면서도 “손님들에게 의무적으로 팁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팁(tip) 서비스를 최근 한 택시 플랫폼에서 시범 도입하면서 식당과 카페 등에서 팁을 받는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좋은 서비스에 대한 보답으로 종업원에게 가격 이외의 팁을 주는 경우는 이미 존재했지만, 이를 의무적으로 내는 문화가 정착할 경우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 종업원에게 가격 이외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소비자가 감사의 표시로 추가 금액을 종업원에게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식이다. 직장인 박세빈(33) 씨의 경우 택시를 이용하던 중 택시 기사의 친절함에 팁을 준 적이 있다고 했다. 박씨는 “대리 운전을 불러 집에 가면서 1만7000원의 비용이 나왔지만, 거스름돈을 따로 받지 않고 2만원을 대리운전 기사에게 드렸다. 이동하는 내내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고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게 느껴져서 호의를 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직장인 B(26) 씨는 “고기를 구워주시는 종업원께 5만원 지폐를 팁으로 드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으면 3만~8만원 사이로 팁을 드리는 것 같다”며 “여유가 있으면 최저시급 받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접객을 잘한 종업원한테 (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팁을 주는 것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 “택시를 이용하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서비스에 만족해서 추가 비용을 자발적으로 내는 경우가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다면 자발적인 지불 의사와 달리 영업장에서 소비자에게 팁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은 ‘손님이 보기 쉬운 곳에 가격표를 붙여야 하며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가격표는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가격이어야 한다. 팁을 지불하면 명시된 가격표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는 셈이라 위반 소지가 있다.
팁 논란은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19일부터 별도 교육을 받고 승차 거부 없이 운영되는 카카오T블루에 ‘감사 팁’ 기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서울 한 유명 빵집에선 계산대에 팁 박스를 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해당 매장 측에선 메뉴판에 ‘팁을 달라’고 기재하지 않았고, ‘인테리어 개념’이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해당 매장에서 팁 박스는 현재 치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의무적으로 팁을 지불하는 문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지난달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시사 폴(Poll) 서비스 ‘네이트Q’를 통해 최근 성인남녀 1만2106명을 대상으로 ‘국내 팁 문화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3%(8934명)가 ‘절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팁 문화의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미국에서도 최근 물가 상승과 더불어 과도한 팁 요구로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29) 씨는 “과거 주문한 음식 가격에서 15% 정도의 팁을 내던 게 20%까지 올라가서 부담이 크다”며 “가게에서도 아이패드를 통해 주문을 할 경우 팁을 지불해야 다음 창으로 넘어갈 수 있어 강요 받는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미국 알라바마 주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타일러(19) 씨도 “카페에서 18달러짜리 커피를 마시고 해당 가격의 25%인 4.5달러를 팁으로 준 적이 있다”며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종업원에게 팁을 줄 필요는 있지만, 준수한 임금을 주는 영업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에 대해서도 팁을 줘야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경우가 없는데 기존 비용 이외 추가 비용을 팁으로 내야한다면 감사의 표시로 (팁을) 주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도 “우리나라는 매장에서 종업원들에게 최저임금이 지켜지고 있어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외국 제도를 도입하는 게 꼭 적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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