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협의단 “韓 재정 긴축 기조, 성장 저해할 수준 아냐… 가계대출 정책 조정할 때”

세종=박소정 기자 2023. 9. 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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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협의단, 6일 한국 경제 상황 점검 결과 발표
“하반기 회복 기대보다 더뎌 1.4% 성장 전망”
“한국 재정·통화 긴축 기조, 당분간 유지해야”
“중기적 ‘인구 고령화’ 대응한 강력 개혁 필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은 6일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들이 중기적으로도 성장률을 저해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런 재정 긴축 기조를 유지해 계획대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IMF 협의단은 가계부채가 증대되고 있는 점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으로 꼽았다. 주택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화한 지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불필요한 조치를 재검토해 일부 조정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2023년 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을 공개한 뒤 헤럴드 핑거(Harald Finger) IMF 한국 미션단장과의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런 견해를 전했다. IMF 한국 미션단(협의단)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IMF 회원국은 협정문 제4조에 따라 매년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연례협의를 개최하고 11월 국가별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IMF 연례협의 대표단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올해 1.4% 경제 성장… 당분간 재정·통화 긴축 유지”

우선 IMF 협의단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앞서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1.5%에서 1.4%로 0.1%포인트(p) 하향한 바 있다. 핑거 단장은 “대부분의 원인은 국제 환경 때문이었다”며 “하반기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수준보다는 더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IMF 협의단은 현재 한국의 재정 정책 긴축 기조가 단기적, 중기적으로도 유지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핑거 단장은 “내년도 한국의 예산안을 보면 (총지출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올해 예산안 대비 소폭 재정 건전화를 이뤘다”며 “정부 부채가 누적되는 걸 방지하면서도 통화 정책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하도록 지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폭의 재정 건전화이기 때문에 성장을 저해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기적인 성장에도 부담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생산성을 위해 중기적으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 상황과 관련해선 추가 지출로 이를 메꿀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는 “현재 한국의 세수 부족 상황은 경기, 주택시장 상황, 기업 세금 감면 등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환경하에서도 충분한 재정 건전화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계획된 대로 이행하면서 필요한 추가 재원들을 잘 확보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핑거 단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연 3.5%인데, 이는 중립 금리 이상 수준이며 현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살짝 올라오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경직적인 만큼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아, 이 같은 통화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헤럴드 핑거(Harald Finger)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장이 6일 '한국 연례협의 결과' 화상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줌 캡처

◇ “주택시장 잠잠해졌지만, 가계대출 정책 일부 조정 필요”

핑거 단장은 주택 시장의 위험은 전반적으로 잠잠해졌다고도 진단했다. 핑거 단장은 “여러 적극적인 조치 결과 현 상황에선 어느 정도 주택시장이 정상화했고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도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선 관련 지원 조치에 대한 정비와 재검토를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

그는 “주담대 등 가계 대출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은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주택 관련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조치들은 ‘과도한 가격하락을 방지하는 것’과 ‘질서 있는(orderly) 조정을 허용하는 것’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곳”이라며 “정책 노력을 집중해서 감소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자산, 탄탄한 펀더멘털 덕에 취약성이 잘 통제되고 있어 당장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핑거 단장은 중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응한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핑거 단장은 “중기적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후 변화나 인구 고령화로 인한 도전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 개혁 노력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중요 우선 과제로는 준칙에 기반한 재정제도(rule-based fiscal framework) 수립, 연금 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성별 격차 해소, 광범위한 혁신의 장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정책 강화를 포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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