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우디 경제 협력 박차…중국은행 리야드 진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협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지역에서 위안화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고 '탈석유'를 외치는 사우디는 중국과 손잡고 신흥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를 꾀하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중국의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BOC·뱅크오브차이나)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사우디 첫 지점을 개설했다.
중국은행 리야드 지점 개소식에서 사우디 주재 중국대사 천웨이칭은 해당 지점이 "양국 관계의 긍정적 발전의 결과이며 금융 협력의 새로운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중국이 사우디의 금융 규제, 투자 환경, 지정학적 이점을 높이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은행은 앞서 2020년 1월 리야드 지점 설립 허가를 받았다. 직원 20여명 대부분은 사우디 당국의 요구에 따라 현지인들이라고 관계자가 SCMP에 밝혔다.
개소식에서는 사우디 증시 상장사 ACWA파워와 사우디의 투자부, 저장룽성홀딩스그룹 등이 중국은행과 위안화의 국제화 및 녹색금융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서 중국은행 대변인은 지난 6월 사우디 매체와 인터뷰에서 리야드 지점이 중국과 사우디, 그 외 다른 이들 간 상업·금융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서 더욱 폭넓게 위안화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행은 사우디에 진출한 두번째 중국의 은행이다.
중국공상은행(ICBC)이 2015년 리야드에 지점을 열었고 지난 5월에는 제다에 사우디 두번째 지점을 개소했다.
SCMP는 "중국과 사우디 간 경제 협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위안화 사용 확대 추진 속에서 중국은행이 리야드에 지점을 열었다"며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양국 간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행 총재 류진이 지난 주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현지 위안화 청산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현지 국부펀드와의 협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에는 상하이 증시가 사우디 증시와 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MOU는 상하이 증시 대표단이 사우디를 방문한 가운데 3일 현지에서 체결됐으며, 이를 통해 양측은 교차 상장, 핀테크,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데이터 교환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밝혔다.
사우디 증권거래소도 성명에서 "상하이 증시와 파트너십은 사우디의 자본 시장 성장에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이 파트너십은 사우디와 중국 간 연결을 더욱 촉진하고 양국 기업들에 교차 상장을 고려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사우디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중동 지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지난해 무역 규모가 4천300억달러(약 573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4분의 1을 사우디가 차지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증시는 9조9천억달러(약 1경 3천197조원) 규모로 세계 2위이며, 사우디 증시는 3조달러(약 3천999조원) 규모로 세계 7위다.
지난해 12월 시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양국은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투자·협력 협정에 서명하는 등 경제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특히 시 주석은 당시 걸프지역 아랍 국가 지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석유 ·가스 수입 시 위안화 결제를 시행할 뜻을 밝혔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1970년부터 이어진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후 사우디는 중국과의 무역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5월에는 사우디가 중국과 무기 거래 협상을 하고 있고 구매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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