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급전으로 ‘돌려막기’ 이자만 4000억원···‘사실상 재정건전성 분식회계’
재정증권 발행 차입액만 40조원
만기 발행분 상환에 조달자금 사용
돌려막는 빚인데 ‘건전 재정’ 강조
구멍 난 세수를 메우려 정부가 끌어다 쓴 한국은행 차입금이 올해 8월까지 113조원을 넘어섰다. 재정증권 발행을 통한 단기 차입액 규모도 40조원에 달했다. 정부가 153조원이 넘는 돈을‘급전’으로 조달한 것인데 이에 따라 지급해야할이자액만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차입금과 재정증권은 국가채무에 잡히지 않는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며 국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채무 지표에만 안 잡힐 뿐실제로는 빚이 늘었고 거액의 이자도 계속 나가고 있다. 재정 지표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사실상의 ‘분식회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정부 일시대출금 현황 자료를 보면 기획재정부가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은행에서 빌린 일시대출액(누적 기준)은 113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일시대출 누적액(34조20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코로나19로 재정 투입 수요가 늘었던 2020년 전체 일시대출 누적액(102조9000억원)과 비교해도 많다.
한은 차입을 늘리고도 모자란 자금은 재정증권을 통해 시중에서 끌어왔다. 기재부가 올해 들어 8월까지 재정증권을 발행해 빌린 돈은 40조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올해 2월부터 63일물 단기 재정증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4월까지 주 1회 1조원씩 발행하다가 5월부터 주 1회 1조5000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 등으로 당장 쓸 돈이 없게 되면 한은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빌려다 쓸 수 있다. 한은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은 운용 방식은 달라도 국고 부족 자금을 조달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다. 두 자금 모두 국가채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자는 내야한다.
세수를 메우려 당겨 쓴 ‘급전’이 늘면서 정부의 이자 지출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8월 말 기준 한은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액은 각각 1492억원, 245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한은과 시중(재정증권 발행)에서 153조6000억원의 급전을 당겨썼다가이자로만 3947억원을 지출하게 된 것이다.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지출이 두드러진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상반기 1%대였던 발행금리가 올해 3% 중후반대로 높아진 탓이다. 재정증권 1회 발행당 이자액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기재부는 7월 6조원, 8월 7조5000억원 등 3분기에 들어서도 재정증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재정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일부 혹은 전액은 만기가 도래한 발행분 상환에 쓴다. 이른바 ‘빚 내서 빚 갚기’를 하는 셈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4000억원 감소했다.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을 걷는다 해도 48조원 가량이 부족하다. 기업 실적 악화로 올해 세수 펑크 규모가 6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급 세수 펑크를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돌려 막으면서도 정부는 국채 발행은 하지 않는다며 건전 재정을 강조하고 있다.
한 의원은 “세수 펑크를 단기차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며, 일종의 분식회계”라며 “정부는 세수재추계 결과를 공개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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