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선택이 만드는 삶의 빈틈…임발 단편소설집 ‘선택은 망설이다가’ [신간소개]
임발 작가의 단편소설집 ‘선택은 망설이다가’(빈종이 刊)가 지난 5월 출간돼 독자들의 따분한 일상에 자그마한 빈틈을 만들고 있다.
작가의 네 번째 개인 저서이자 세 번째 단편소설집인 이 책에서 작가는 10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벌어지는 대서사를 풀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일상의 한 귀퉁이, 몇 시간 남짓, 며칠 내지는 몇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사소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모여들었다.
작가는 꾸준히, 또 끊임없이 당장 내 옆에서라도 벌어질 법한 평범한 순간들을 다룬다. 일하던 직장 동료를 우연히 만나서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도 있고, 인스타그램에 중독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관찰하는 구간도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인물들 역시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인생처럼 굴러가는 삶에 실시간으로 적응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런 인생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상으로 침범하는 비일상의 기운을 삶의 울타리 바깥 영역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이 현실을 뒤흔들어주길 바라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일상에 균열을 내는 충격파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소설집을 한층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다.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이유가 또 있다. 단편이라는 형식의 틀 안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시도들 때문이다. 기승전결의 흐름을 고수하지 않은 채로 때때로 흐름이 잘려 나가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글이 종결될 때도 있다. 또 소설 속 화자인 한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너무 긍정적인’의 일부분을 풀어놓으면서 그에 관해 해설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글쓰기 강의는 누가 해야 하는가’는 독자들의 감상에 변칙적인 리듬과 분위기를 자아내 긴장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임발 작가는 책이 끝나는 곳에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망설이고 주저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계속 무언가를 선택한다”며 “역설적으로 당신의 삶은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평온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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