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트럼프’로 불리는 곤충들...동물학계는 지금 명명법 논쟁 중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인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딴 곤충의 명명법을 둘러싼 학계 논란이 최근 거세게 일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5일(현지 시각) 동물학자들이 인종차별주의자나 식민주의자를 기리는 종의 이름을 변경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인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딴 곤충의 명명법을 둘러싼 학계 논란이 최근 거세게 일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5일(현지 시각) 동물학자들이 인종차별주의자나 식민주의자를 기리는 종의 이름을 변경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을 딴 딱정벌레인 ‘아놉탈무스 히틀러리(Anophthalmus hitleri)’,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름을 딴 나비 ‘히포타 무솔리니(Hypopta mussolinii)’,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나방 ‘네오팔파 도널드트럼피(Neopalpa donaldtrumpi)’가 대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인종 차별주의자나 식민주의자를 기리기 위해 붙인 종 이름이 불쾌감을 주는 만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동물명명규약을 담당하는 국제동물명명위원회(ICZN)는 지난 1월 문화적인 이유로 동물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규약의 주요 목표인 ‘안정성’을 방해할 것이라 주장하며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ICZN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명명법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히틀러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일은 없다며 명명법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코스 라포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연방대 국립박물관 연구원은 사이언스에 “사회 정의보다 안정을 우선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일부 과학 학회에서는 동물의 학명이 아닌 일반명(국명)을 변경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명은 생물의 종에 붙인 분류학적 이름이고, 일반명은 지역마다, 언어에 따라 다양하게 부른다. 2022년 미국 곤충학회는 집시 나방이라 불리던 침입성 나방 ‘리만트리아 디스파르(Lymantria dispar)’의 일반명을 해면 나방으로 변경했다. 해충에 ‘집시’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시각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나방의 알이 해면(스펀지)을 닮은 점에서 착안해 새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표기법이 엄격한 학명의 변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CZN는 “150만 개가 넘는 동물 학명 중 20%가 사람, 10%가 지명을 포함하고 있다”며 “윤리를 따지는 규칙을 추가하면 수십만 개의 학명을 모두 다시 평가해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새로운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동물학계에서 명명법 논란이 커지자 루이스 세리아코 ICZN 위원은 사이언스에 “ICZN이 일부 이름의 문제를 인정하고 사람들의 우려에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히틀러의 이름을 딴 딱정벌레가 나치 기념품 애호가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고려해 새 이름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식물학계에서는 학명에 대한 논쟁이 일찍이 시작됐다. 원주민들이 부르던 이름을 복원하거나 불쾌할 만한 이름을 속속 변경하고 있다. 영국의 노예 제도 폐지를 반대하던 조지 히버트를 기리는 식물 ‘히버티아’도 명명을 두고 논의 중이다. 오는 202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식물학회의 명명법 회의에서는 회원의 투표를 받아 명명법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