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뛰놀던 숲이 앙상한 길로…등산객 민원에 풀·나무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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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자란 관목은 날카롭게 잘려나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곳은 풀이 우거지고 관목도 높게 자라 자연적인 숲과 같았다고 한다.
숲에 있는 찔레나무 주위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이곳에 텃새가 천적들을 피해 둥지를 만들기도 했다.
김진미(31)씨는 "2월부터 유아숲체험원을 찾았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오늘 이곳의 모습은 겨울이 온 것처럼 앙상하고 쓸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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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자란 관목은 날카롭게 잘려나갔다. 칼끝 같은 관목 사이로 난 길을 아이들이 위태롭게 지나다녔다. 길에 난 풀도 예초 작업으로 짧게 깎여 있었다. 풀이 깎이면서 이들의 날카로운 단면도 아이들의 발과 다리를 위협했다.
6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부천시 산울림유아숲체험원의 모습은 ‘유아숲체험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흔한 도시공원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곳은 풀이 우거지고 관목도 높게 자라 자연적인 숲과 같았다고 한다. 숲에 있는 찔레나무 주위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이곳에 텃새가 천적들을 피해 둥지를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우거진 수풀 속에 사는 사마귀, 여치 등을 관찰하고 텃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숲의 모습은 지난달 31일 몰라 보게 바뀌었다. 인근 원미산 등산객이 “수풀이 너무 우거졌다”며 예·벌초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의 민원 때문에 예·벌초가 이뤄졌고, 수풀 그늘에 살던 사마귀 등 곤충은 모습을 감췄다. 찔레나무에 있던 둥지도 사라졌다.
이곳을 찾은 학부모들은 갑자기 변한 유아숲체험원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미(31)씨는 “2월부터 유아숲체험원을 찾았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오늘 이곳의 모습은 겨울이 온 것처럼 앙상하고 쓸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런 민원에 따른 조처는 유아가 숲 속에서 맘껏 뛰놀고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등 전인적 성장을 유도한다는 유아숲체험원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산림청이 2014년 발간한 유아숲체험원 조성 운영 매뉴얼에도 “숲 가꾸기 사업을 할 경우에는 ‘산림경영 관점’이 아닌 유아를 위한 ‘교육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고사목, 벌도목 등과 숲 가꾸기 부산물 등도 교육재료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일괄 정리하지 말고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시행”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에 유사숲체험원 관리를 위한 전용 매뉴얼을 지자체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아숲체험원에서 숲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문기씨는 “그동안 부천시 담당과에 교육적 차원에서 예·벌초를 최대한 지양해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며 “아예 매뉴얼을 만들어서 체계적인 유아숲체험원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부천시 녹지과 쪽은 “등산로 예·벌초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현장팀이 유아숲체험원까지 강도 높게 예·벌초를 진행했다”며 “기존에 예·벌초에 관한 교육을 하는데 현장 팀원들이 바뀌면서 실수가 있었다. 관련 교육을 다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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