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법” 터득한 19살 고프, 윌리엄스 자매의 전설 이을까

박강수 2023. 9. 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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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나 윌리엄스(미국)의 시대가 저물어갈 때부터, 세계 여자 테니스는 후계자를 기다려 왔다.

고프는 6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21위·라트비아)를 1시간7분 만에 2-0(6:0/6:2)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고프는 미국의 지(Z)세대가 "나의 여왕"이라 칭송해 마지 않는 테니스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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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스타펜코 꺾고 US오픈 4강행
코코 고프가 6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를 꺽은 뒤 밝게 웃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의 시대가 저물어갈 때부터, 세계 여자 테니스는 후계자를 기다려 왔다. 남자 테니스에는 늘 ‘빅3’가 굳건했지만, 이쪽은 전국시대였다. 4개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자는 매번 바뀌었고, 깜짝 스타가 쏟아졌다. 2021년 유에스(US)오픈 우승 동화를 썼던 에마 라두카누(영국)는 이제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고, 애슐리 바티(호주)는 은퇴했으며, 오사카 나오미(일본)는 잠잠하고,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도 아직 지배자에는 2% 모자라다. 왕좌의 향배는 늘 예측불허다.

난세가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무서운 십 대가 왕도를 질주하고 있다. 올해로 19살인 코코 고프(랭킹 6위)다. 고프는 6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21위·라트비아)를 1시간7분 만에 2-0(6:0/6:2)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유에스오픈에서는 생애 첫 4강이고, 2001년 서리나 윌리엄스 이후 이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첫 미국인 십 대 선수가 됐다.

코코 고프가 6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 옐레나 오스타펜코와 경기를 뛰고 있다. 뉴욕/USA투데이 연합뉴스

고프는 미국의 지(Z)세대가 “나의 여왕”이라 칭송해 마지 않는 테니스 스타다. 2019년 불과 15살 나이로 윔블던에 출전해 1회전에서 베테랑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꺾는 등 대이변을 일으키며 16강 돌풍으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서는 처음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시비옹테크에게 완패했으나 테니스계는 이미 차기 왕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고, 고프에게는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올해 고프는 호주 오픈 4라운드에서 오스타펜코에게 졌고, 프랑스오픈은 다시 8강에서 시비옹테크에 가로막혔으며, 윔블던에서는 1라운드 탈락했다. 중압감이 커 보였으나 금세 털고 일어난 고프는 이후 여자테니스협회(WTA) 투어 타이틀 두 개(워싱턴, 신시내티)를 휩쓸었고, 17경기16승으로 폼을 끌어올렸다. 고프는 이번 승리 뒤 “이기려면 진지하게 집중해야 한다고만 여겼는데, 동시에 즐길 줄도 알아야 하더라. 즐기게 된 것이 저의 변화”라고 말했다.

노바크 조코비치가 6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고프는 오는 8일 카롤리나 무초바(체코·랭킹 10위)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같은 날 역시 4강에 안착하며 유에스오픈에서만 13회, 메이저 대회 통산 47회(남자 테니스 최다) 준결승 기록을 세운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랭킹 2위)는 최근 인터뷰에서 고프를 칭찬하며 “한 명의 선수로서 완성되고, 그랜드슬램 대회를 지배하고 우승할 수 있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고프는 그 단계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한편, 고프에게 패한 오스타펜코는 이틀 전 16강에서 시비옹테크를 이긴 뒤 다음 경기는 야간 경기일 것이라고 들었는데, 낮 경기에 배정되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프보다 늦게 코트에 섰던 오스타펜코는 새벽 1시를 넘겨 경기를 마쳤고 숙소에 도착해서도 5시를 넘겨 잠들었는데, 하루 만에 체력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회 조직위원회는 “야간 경기를 할 것이라고 통보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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