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소리지르고, 말 못한다고 택시 빙 돌아가…외국인 20% “한국서 차별받았다”
독일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는 아킬레아스 타브라치스(33)는 4년 전 한국에서의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국내 프로야구 팀 두산베어스 ‘광팬’을 자처하며 한국 문화에 푹 빠졌던 그는 2년간 한국에서 머무르며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었지만, 종종 일상에서 마주치는 차별의 순간들이 자신을 결국 외지인으로 느끼게 했다고 회상했다.
타브라치스는 “편의점을 갈 때면 어르신들이 ‘미국으로 돌아가라’라고 소리치곤 했고, 택시를 타면 기사가 내가 한국어를 잘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멀리 돌아간 적도 있다”며 “한국은 외국인에게 열린 나라라고 스스로 홍보하지만 이런 일을 당할 때면 다음날까지도 슬프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5명 중 1명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차별 원인의 과반은 출신 국가 탓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식당이나 직장 등 일상 공간뿐 아니라 경찰서나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도 차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6일 발표한 ‘체류 외국인의 한국 생활’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19.7%가 최근 1년 내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주된 원인으로는 출신 국가(58.0%)와 한국어 능력(27.9%)이 지목됐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도 출신 국가를 이유로 차별받은 외국인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외모(8.3%), 직업(1.8%) 경제력(1.4%) 등이 차별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은 상점·음식점·은행(43.0%), 직장·일터(41.7%), 거리나 동네(35.5%) 등 일상 공간에서 주로 차별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 수준인 23.8%는 동사무소와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서도 차별을 받는다고 인식했다. 차별 정도가 가장 낮은 곳은 학교와 대학(11.1%)이었지만, 여기서도 10명 중 1명은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이 꼽은 한국 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문제(43.4%)였다. 외로움(28.8%), 문화차이(27.8%) 경제적 어려움(20.0%) 등이 뒤를 이었다. 어려운 점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32.7%로 집계됐다.
다만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80.4%였는데, 40.8%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고 39.6%는 약간 만족한다고 했다.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1.9% 수준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기준 57.3%가 여가활동으로 TV를 본다고 답했다. 수면, 사우나 등 휴식 활동(49.1%)을 하는 비율도 높았다. 이외 컴퓨터 게임(20.8%), 여행(17.6%), 스포츠 관람(10.3%) 등 순이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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