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G발 8조원 주가폭락 밑그림…라덕연의 '남북경협' 있었다

심재현 기자, 김건우 기자 2023. 9. 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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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업체 대표(42·사진)가 기존에 알려진 투자자문사 외에 북한관광 독점권 등을 내세운 대북사업 투자 명목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사업업체에 대한 지분투자라는 그럴싸한 허울로 끌어모은 자금과 정·관계 인맥이 결국 8조원대 주가폭락과 7000억원대 주가조작 부당이득 사건으로 이어지는 밑그림이 된 셈이다.

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라 대표는 2019년 통일부 산하의 비영리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와 함께 ㈜남북경협의 사업투자 유치에 나섰다. '남북경협'은 남북교류사업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이 2008년 설립한 업체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라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으면서 북한 관광사업을 전면에 내걸고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라 대표는 이 무렵 북한 전문관광 여행사 아리투어를 설립해 대표를 맡다가 2020년 김경 이사장에게 대표자리를 넘겼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당시 아리투어를 ㈜남북경협 공식지정 여행사로 지정, 아리투어가 북한 초청장·비자 발급과 북한 항공권 발권 등을 대행하고 평양 스포츠 종합센터 관광까지 맡는다고 홍보했다.

㈜남북경협이 2019년 제작한 사업투자 제안서.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2019년 ㈜남북경협의 사업투자 제안서를 보면 투자 유치는 ㈜남북경협 지분에 투자하는 형태로 투자금을 평양관광 중심으로 한 대북사업과 대북 관련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면 투자자와 사업자가 5대 5로 정산하는 구조로 짜였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대북 관련 투자 기대감이 커지긴 했지만 실질적인 투자 회수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투자와 수익 창출은 대북 관련 주식 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주식 투자 종목은 대주주 보유지분 40~80%, 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 최근 3년 영업이익 흑자, 부채비율 200% 미만 기업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평가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PBR 0.3% 기업의 PBR이 0.6%가 되면 수익 100%, PBR 6%가 되면 수익 1900%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남북경협은 투자 유치 직후인 2020년 5월 대성홀딩스와 선광을 집중매매했다. 대성홀딩스와 선광은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건에서 라 대표 일당이 주로 거래된 8개 종목에도 포함돼 있다. 라 대표가 이 당시 마련한 종잣돈과 수익창출·배분 구조, 정·관계 인맥을 최근까지도 고스란히 이식해 활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남북경협이 2020년 주식투자거래한 대성홀딩스 관련 계좌.


라 대표는 2019년 7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원마운트에서 '㈜남북경협 대북투자 설명회'를 매주 금요일 개최하면서 정·관계 인사들과의 인맥을 넓혔다. 같은 해 8월14일 원마운트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요 인사로 참석했다.

라 대표는 2020년 2월 ㈜남북경협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는 자신의 회사인 호안에프지를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이와 관련, 라 대표 일당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을 나눠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투자자들의 휴대폰과 주식계좌를 넘겨받아 대성홀딩스·삼천리 등 8개 상장기업의 시세를 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조종해 부당이득 7300억원을 거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투자수익금은 이번에도 투자자와 5대 5로 정산했다.

라 대표가 범죄수익 은닉을 위해 활용한 해외 골프장 인수 등의 구상이 2019년 당시 ㈜남북경협의 사업투자 제안서에 담겨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남북경협은 자본금과 투자금을 활용해 지분 스왑 방식으로 여행사, 호텔, 골프장, 건설업, 운수업 진출을 추진한다고 홍보했다. 라 대표가 ㈜남북경협 사내이사 재직 당시 투자유치 단계부터 수익금 정산과 범쇠수익 은닉을 계획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경협이 2019년 제작한 사업투자 제안서.


심재현 기자 urme@mt.co.kr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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