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의 시대` 첨단 패키징으로 일격 준비하는 삼성

연내 아이큐브8 선보일 예정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지능형 메모리반도체 HBM-PIM. 삼성전자 제공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구원투수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2.5D '아이큐브' 패키징 기술 등과 같은 초격차 기술력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3를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에 품질 승인을 받았으며, 제품 공급과 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일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2.5D 패키징 기술인 '아이큐브'를 개발해 왔다. 지난 2021년 로직 프로세서에 HBM 4개를 결합하는 것에 성공했으며, 올해는 8개 HBM을 결합하는 아이큐브8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웨이퍼 상태의 복수의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3D 패키지 기술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 자체에도 로직 메모리를 함께 패키징해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HBM-PIM(프로세싱 인 메모리·사진)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메모리 내에서 데이터 연산 기능이 가능한 만큼 기존 프로세서의 일을 줄이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패키징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반도체 전공정을 마친 후 제품 출하 전 포장하는 의미에 가까웠던 패키징은 반도체 기술력이 점차 첨단화되고 고도화되면서 전공정을 포함한 모든 제조 과정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급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HBM 역시 제조 과정에서 패키징 기술을 접목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제품이다. 기존에는 회로선폭을 줄임으로써 성능 고도화를 꾀했던 D램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의 처리 속도를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 초반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세대 경쟁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가져갔다. 4세대인 HBM3부터 5세대인 HBM3E까지 세대교체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하며 가장 중요한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D램 시장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를 환기하고 HBM 시장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패키징 기술력을 최대 경쟁력으로 앞세우고 있다. HBM 자체 설계와 생산은 물론, HBM과 함께 짝을 이루는 CPU와 GPU 등의 프로세서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생산하고 이를 하나의 칩셋으로 패키징하는 과정까지 턴키(일괄 생산) 생산체제를 유일하게 구축하고 있는 업체라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턴키 공급방식은 공급부족 심화의 HBM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을 우려하는 고객사들로부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점유율 확대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