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과 판박이…인도, G20 앞두고 판잣집·무허가 주택 철거
인도 당국이 지난 5월부터 벌인 철거 작업으로 인해 프라가티 마이단 거주주민 수만명은 집이 사라져 타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철거 대상이 된 집들은 빈민들의 주요 터전인 판잣집이나 무허가 주택들이다. 집을 빼앗긴 이들은 세계 각국 정상을 맞이하는 인도 정부가 자국의 빈곤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빈민가를 ‘청소했다’고 비판한다.
13년 동안 살던 판잣집을 잃은 프라가티 마이단의 한 주민은 CNN에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인다면 다른 멋진 걸 만들거나, 무언가를 씌워서 안 보이게 할 수도 있지 않느냐. 꼭 이렇게 제거해야만 하느냐”고 말했다.
사회운동가 하시 맨더는 “충격적이게도 인도는 겉으로 드러나는 빈곤을 부끄러워한다. 인도를 찾는 이들에게 빈곤이 눈에 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단지 불법 건물이기 때문에 철거한 것이라고 이같은 지적을 부인했다. 카우샬 키쇼어 주택장관은 지난 7월 의회에서 “7월27일까지 뉴델리에서 최소 49차례의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이중 G20 정상회의 때문에 도시를 아름답게 하려는 차원에서 철거된 집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델리의 불규칙한 주거 형태가 하루 이틀 된 문제도 아닌데, 왜 하필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2021년 당시 주택장관은 뉴델리 전체 인구 약 1600만명 중 약 1350만명이 도시 계획상 미인가 지구에 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가를 받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비율이 23.7%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민들은 “정부는 왜 이 집을 더 일찍 철거하지 않고 지금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문제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부터 허물었다는 점이다. 갈 곳도 없고 셋집을 구할 돈도 없는 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거주민들은 맨땅에 방수포를 두른 임시 거처에서 살고 있다. 떠돌이 동물과 쓰레기더미 옆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시 차원에서 이들을 돕겠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아직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활동가는 “정부가 미화라는 이름으로 취약한 이들을 제거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정부는 주민들에게 이주할 곳을 미리 찾아 알려줘야 했다”면서 “이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살 수 없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철거 작업은 극도로 잔인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정부는 2010년 코먼웰스(영연방) 게임을 개최할 당시에도 뉴델리의 빈민가를 철거했다. 이곳에서 거주하던 노숙인들도 강제 이주를 당했다.
한편,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도 1988년 정부가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내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자 쫓겨난 철거민들이 옮겨와 자리 잡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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