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어려웠다는데 왜 킬러문항 아니죠? 9월 모의평가 문제 특징은

김나연·남지원 기자 2023. 9. 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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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되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2023.9.6 [사진공동취재단]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복잡한 지문이나 수식이 많이 빠졌지만 적정 수준의 변별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전문적인 과학기술 지문 등 수험생이 손도 대기 어려운 ‘초고난도(킬러) 문항’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익숙한 개념이더라도 정확한 이해를 요구하는 문항 위주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EBS 현장교사단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경향 분석 브리핑에서 9월 모의평가의 국어·수학·영어영역에서 모두 킬러문항이 배제됐다고 밝혔다.

국어영역에서는 지문의 난도가 낮아졌다.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 15번 문제는 기초대사량, 상용로그 등의 배경지식과 수학적 이해력이 있어야 풀기 쉬운 문제였다.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사전에 문제 풀이 기술이나 배경지식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게 킬러문항이라면, 이번에는 지문에 충분히 정보가 있기 때문에 꼼꼼히 분석한다면 지문 내용을 인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업체도 국어영역에서 고난도 과학기술 지문 등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보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문·이과 유불리가 갈릴 정도로 어려운 과학기술이나 전문용어가 많이 들어간 지문은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대신 문항별 선택지에서 변별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학원 표본조사 결과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11번(39.0%), 15번(34.4%), 27번(40.1%) 문항은 모두 지문을 바탕으로 선택지의 옳고 그름을 추론하는 문제였다. 임 대표는 “선택지 해석 자체가 어렵거나 직접적 연관관계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수학영역에서는 킬러문항으로 꼽혀 온 22번, 30번 문항이 비교적 쉬워졌다. 지난해 미적분 30번의 경우 복잡한 함수식 등 여러 개념을 활용해야 했다.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기본 개념을 풀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정도만 물었다는 게 EBS 현장교사단의 설명이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한 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일지라도 기본 개념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영어영역은 고난도 어휘를 넣기보다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는 지문을 출제해 변별력을 확보하려 했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학생들이 전문가가 아니기에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묻는 것이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능 37번 문제는 ‘변호사 수임료 체계’에 대해 다루면서 일반적으로 ‘정착’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 ‘settlement’를 ‘합의금’으로 해석해야 풀 수 있었다.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지문 주석에서 단어 뜻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어려운 어휘를 배제했다. 김보라 교사는 “해석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문항은 없다”며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변별력이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킬러문항’의 기준이 모호해 이를 배제하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킬러문항 사례와 근거를 매 시험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이를테면 이번 국어영억 ‘독서’의 조선 시대 신분제 지문의 경우, 정부가 킬러문항 기준에서 ‘특정 집단에 유리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한국사를 공부한 학생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킬러문항으로 지난 6월 모의평가 국어 33번 문항을 예로 들며 ‘제한된 감상 정보에 의지해 각 선택지가 제시한 내용을 작품 내에서 찾아 연결해 가며 해석해야 풀 수 있는 문항으로 많은 시간과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모의평가 국어영역에서도 선택지를 해석하고 추론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왔다. 정부는 전자를 킬러문항으로 꼽았지만, 후자는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본다. 한 입시전문가는 “지문뿐만 아니라 선택지 안에서의 추론 능력도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분해서 말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모의평가에 고교 수준 이상을 다루는 킬러문항 요소가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공통수학 20번은 지금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그림을 쓰고 있어서 학생들이 처음 보는 것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지수가 3개인 연립방정식을 쓰거나, 대학 과정의 풀이법을 쓰면 빨리 풀리는 문항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 ‘킬러문항’ 빠진 첫 모의평가···국어 어렵고 수학·영어 쉬웠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906161502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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