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상품권’ 받으러 수산시장 왔다 무한대기, 발길 돌린 시민들

서보범 기자 2023. 9. 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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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먹으러 찾아온 시민들에 노량진수산시장 연일 북새통

6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2층 온누리 상품권 환급소. 이날 환급소에는 시민 20여명이 의자, 종이박스 등을 깔아두고 상품권 환급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는 평일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 환급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이날 20여명으로 시작했던 줄은 1시간 뒤쯤 70여명으로 불어났고, 오후 4시엔 무려 200명이 넘는 시민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긴 대기시간에 지친 시민들은 “좋은 수산물 사면 상품권 환급까지 해준다고 해 기껏 찾았더니 ‘좋다 말았다’”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 현장에 시민 수십명이 행사 시작이 한참 남았음에도 미리 줄을 서고 있다. /서보범 기자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가 폭발적 인기를 끌며 노량진수산시장의 반전을 이끈 가운데 정작 행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극복 대책으로 수산시장에서 수산물을 사 먹을 시 쓴 돈의 30%(하루 최대 2만원)를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행사를 연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스 운영 시간, 환급 절차 소요 시간, 부스 개수 문제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많은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 부스는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하는데 첫날 많은 인파를 예상하지 못하고 3명의 인원만을 보냈다가 인기가 뜨겁자 현재 파견 인원을 12명까지 늘린 상태다. 그럼에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수협노량진수산 직원들이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엔 일손을 도우러 나오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평일의 짧은 부스 운영 시간이다.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만 부스를 운영하는데 절대적 시간 자체가 짧을 뿐더러 수산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시민들은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수기로 영수증을 확인해가며 환급 절차를 진행해 환급 소요 시간 자체도 3분여로 긴 편이다.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 현장에서 시민 수십명이 아직 행사가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미리 줄을 서고 있다. /서보범 기자

이날 경기 파주시에서 아내와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김모(63)씨는 오후 2시쯤 환급소 앞에서 줄을 설지 고민하고 있었다. 김씨는 “4시부터 환급이 가능하다 하니 기다려야할지 고민이 크다”며 “이왕 좋은 취지의 행사를 열었다면 시민 편의를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내 안모(63)씨도 “요즘처럼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회도 먹고 환급도 받고자 수산시장을 찾았는데,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 좋다가 말았다”고 했다.

환급소 맨 앞자리에서 줄을 서고 있던 최옥자(72)씨는 “오전 9시부터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며 “오후 4시부터 줄을 서면 그때는 줄이 너무 길어져 6시 안에 환급을 받을 수도 없다고 하더라. 노인들이 너무 힘들게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왔다는 송숙자(72)씨도 “대통령이 수산물 구매하면 상품권을 준다기에 왔는데 12시부터 무려 3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며 “13만원어치 구매했는데 2만원을 안 받고 가기도 아깝고”라고 했다. 이날 환급소를 찾았다가 되돌아가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한 시민은 “지금 되는 게 아니라 4시부터네. 에이 안 되겠다”라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해양수산부도 현재 시민 불편이 큰 상황임은 인지하고 운영 시간 연장을 비롯한 다양한 해결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나 상인회 쪽과 긴밀히 협력해 인력 증원, 시간 연장 등을 논의 중”이라며 “시민분들이 대기하면서 불편을 최대한 덜 겪도록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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