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검증 어디까지?···가능성 희박하나 신물질 가능성 있어
네이처·독일 연구진 등 회의론···초전도 특성 없어
韓 과학계 조명 받고 초전도체 연구 활성화 기대감도
검증위에는 8개팀 참여···다양한 평가 예정
퀀텀에너지연구소(퀀텀)가 개발했다고 밝힌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에 대한 관심이 한 달 반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짧은 언급에도 주식시장이 출렁일 정도로 화제다.
우리나라 초전도체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 브리핑 결과도 매번 발표할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퀀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수 국내외 재현 실험 결과에서 초전도 특성이 없다는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검증차원에서 진행된 연구들이 퀀텀이 제공한 시료로 직접 분석한 결과가 아니고, 퀀텀 측이 기업 보안상 추가적인 개발 방법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계다.
또한, 상온초전도체가 아니더라도 반도체 공정 등에 쓸 수 있는 신물질일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게 과학계 중론이다.
여기에, 퀀텀 측이 준비한다고 언급한 미국물리학회 초록 게재 여부 등 추가 검증도 남아 있어 관련 이슈가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이처·독일 연구팀 등 회의론…국내 8개 연구팀 재현실험
퀀텀 측은 7월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LK-99 제조법 등을 담은 논문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반자성, 초전도성 특성을 보이는 ‘꿈의 물질’이다. 현실화되면 전기 저항을 ‘0’으로 만들어 전력배송 효율을 극대화해 우리 생활을 바꾸고, 노벨상 수상도 가능할 정도로 응용범위도 크다.
논문 공개 직후 미국, 독일, 중국 등 해외 연구팀의 검증작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초전도체라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달 16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팀의 검증결과를 소개하며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수백만 옴의 저항을 가진 절연체”라며 강자성, 반자성 특성이 있지만 부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초전도 특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4차 브리핑을 통해 8개 연구팀 중 4개 연구팀의 재현실험에서 초전도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검증위에는 국내 대학 8개팀이 참여해 물질 재현실험을 통해 초전도 특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2개팀), 한양대, 경희대, 포항공대, 부산대에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연구팀이 시료를 계속 만들어 검증하는 이유는 특성이 시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초전도현상이 다른 물리현상으로 발생하는 특성과 유사하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러 재현실험을 비교해서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가령 전기저항은 특정 온도에서 0인 상태로 급격한 변화가 관측돼야 하며, 자화율(자기 분극의 정도를 나타내는 물성값)도 완전 반자성으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해야 한다. 시료의 전기저항 특성, 외부자기장 반응성, 성분을 충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은 “한팀에서 여러 시료를 만들고 있고, 제조법을 달리해 가능한 많은 재현 시료를 통해 초전도 특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위 여부 떠나 초전도체 발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최근에는 LK-99를 비판적으로 봤던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초전도체 연구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연구에 긍정적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초전도체는 일상을 바꿀 중요한 미래기술이다.
네이처는 지난 1일 LK-99를 언급하면서 “초전도체는 LK-99와 별개로 과학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앞으로 특성 개선 연구를 통해 입자가속기, 양자컴퓨터 등의 재료로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과학계가 전 세계 연구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퀀텀의 도전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신물질 개발이 활성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 평가도 있다.
지난 35년 동안 초전도체 합성 등 연구를 해온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LK-99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결과가 있지만, 연말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카이브 게재 전 퀀텀에서 연구결과를 봐달라고 찾아왔을 정도로 이들이 진정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퀀텀 연구진이 주류학계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선 안된다”며 “땅을 판다고 해서 나오지 않는 신물질 연구를 20여 년 넘게 해왔다는 점에서 한국 과학계의 색다른 시도이자 의미 있는 도전으로 바라보고 결과를 신중히 지켜봤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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