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롤스로이스 돌진남 '조폭 또래모임'도 수사한다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등 혐의 기소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상태로 운전해
차에 깔린 피해자 구호 않고 현장 이탈

이른바 '롤스로이스 교통사고' 사건 피의자 신모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에서 약에 취한 채 고급 외제 차량으로 20대 여성을 들이받아 뇌사 상태에 빠뜨린 후 도주한 20대 남성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중고차 딜러 신모(28)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달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피부탄력개선을 위한 '슈링크' 시술을 빙자해 수면마취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디아제팜 등을 투약했다. 그는 당시 약물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롤스로이스 차량을 100m가량 몰고 가다 동호대교 하단 벽면을 들이받았다. 충돌 이후 급격히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며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보도를 침범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차에 치인 피해자는 머리와 양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지는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피해자가 차량 아래 깔린 상태였음에도 신씨가 구호 조치 없이 현장에서 도망친 것으로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그는 사고 직후 행인들이 달려와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차량에 앉아 휴대폰을 만졌고, 이후 건물 외벽 잔해물만 좀 치우다가 사고 발생 10분여 만에 차에 깔린 피해자를 그대로 둔 채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신씨는"성형외과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고자 잠시 떠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병원 측과 약물투약 관련 말 맞추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 직후 마약 간이 시약검사에서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경찰은 "치료 목적 투약"이라는 신씨 말을 믿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채 이튿날 풀어줘 비판을 받았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로 7종의 마약류 투약 사실이 확인되자 경찰은 지난달 9일 구속영장을 신청해 11일에서야 신씨를 구속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신씨 주거지·구치소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폰과 증거인멸 정황 메모 등을 확보하고, CCTV 영상과 계좌·통화내역을 분석하는 등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기소 이후에도 신씨와 '조폭 또래모임'의 연관성, 기타 범행 여부 등을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또한 신씨의 마약류 상습투약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