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트 치약·칫솔·비누에 잠금장치… “좀도둑이 쓸어가서”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3. 9. 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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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뉴욕시 편의점 CVS. 유리문이 잠긴 진열대에 6.59달러짜리 치약과 바디클렌저, 비누가 놓여 있다.

'고객 서비스'라고 쓴 벨을 누르고 3분쯤 지나니 열쇠 꾸러미를 든 직원이 나타나 진열대 문을 열었다.

절도범이 치약이나 세제 같은 소비재를 훔쳐 가는 이유는 이 생필품을 되사는 암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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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뉴욕시 편의점 CVS 치약 칫솔 진열대. 유리문이 잠겨 있어 구입하려면 벨을 눌러 점원을 불러야 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5일 미국 뉴욕시 편의점 CVS. 유리문이 잠긴 진열대에 6.59달러짜리 치약과 바디클렌저, 비누가 놓여 있다. ‘고객 서비스’라고 쓴 벨을 누르고 3분쯤 지나니 열쇠 꾸러미를 든 직원이 나타나 진열대 문을 열었다. 점원은 “도둑이 너무 많아졌다. 판매대에 (물건을) 놓으면 순식간에 (누군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샴푸를 사러 왔다는 토미 씨는 “점원을 부르는 게 너무 불편하다. (할인) 쿠폰만 아니면 온라인 주문이 더 낫다”고 했다. 이 매장 아이스크림 냉장고에도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CVS뿐 아니라 뉴욕 전역 주요 소매업체 월그린, 타깃도 진열대에 잠금장치를 달고 있다. 소비자가 불편해 발길을 끊어 판매가 줄더라도 도둑질을 피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전미소매유통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둑맞은 물품 비용은 945억 달러(약 126조 원)였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전화 회견에서 “올 1~5월 우리 매장에서 폭력적인 도난 사건이 1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절도범이 치약이나 세제 같은 소비재를 훔쳐 가는 이유는 이 생필품을 되사는 암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재러드 클릭스타인 씨는 최근 일간 뉴욕포스트 기고에서 “하루치 헤로인을 사려면 350달러(약 47만 원)가 필요했다. 훔친 물건(을 넘기고 받는) 수수료 10~20%를 챙기기 위해 치약, 비누를 쓸어 담았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를 넘어 조직적으로 생필품을 거래하는 ‘블랙마켓’이 확산된다는 의미다.

미 대형마트 체인 자이언트는 수도 워싱턴 우범지대인 워드 8 점포에서 콜게이트 치약, 타이드 세제, 애드빌 진통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생필품 암시장에서 인기 높은 이 제품들 대신 재판매 가치가 낮은 자체제작(PB) 상품으로 채워 절도를 막아보겠다는 고육책이다.
플래시몹처럼 수십 명이 명품 매장이나 백화점을 터는 사건도 급증해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범죄율이 높아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핵심 상업지구인 유니온스퀘어의 루이비통을 비롯한 고급 매장 앞에 경찰 두세 명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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