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쉽고 국어·영어 어려웠다…‘변별력’ 확보 성공한 듯[킬러 없는 모평]

2023. 9. 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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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6일)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전 몸을 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킬러 문항’ 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어떤 모습일까. 수능을 두달 앞두고 6일 진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를 두고 ‘변별력은 확보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킬러문항 배제로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난도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학은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문 독해가 중요한 국어, 영어 영역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내용을 제외했다. 다만 선택지를 고르는 과정에서 보다 사고력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학은 3개 이상의 개념을 묻는 복합 문제가 배제돼 다소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어 지문 쉬워지고, 어려운 문제는 EBS에서 출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지에 이름을 적고 있다. [연합]

1교시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 6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는 다소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 등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지문에 대해서는 정보의 양을 충분하게 제공해 독해를 한다면 추론, 이해 분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문을 바탕으로 선택지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변별력을 갖췄다고 했다.

EBS 현장교사단 김성길 영훈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 킬러문항으로 꼽힌 과학기술 지문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접근하기 쉬운 문항이었다. 하지만 9월 모의평가 과학기술 지문은 지문에 충분히 정보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또한 지문 난도는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독서 지문에서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과도한 추론, 전문 용어, 문이과생 유불리 발생 등 난이도 높은 지문은 배제됐으며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문 또한 EBS 지문과 연계됐다고 했다. 임 대표는 “선택지 난이도 등에서 변별력을 확보해 6월에 비해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수학 초고난이도 문제 없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6일)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교시 수학 영역을 두고는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로학원은 “최상위권 고난이도 문제는 지난 6월보다 큰 폭으로 쉽게 출제됐다.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최상위권 만점자, 동점자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 결과 6월 모의평가에 비해 원점수 기준 미적분 4.4점, 기하 5.2점, 확률과 통계 3점 상승할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고 했다.

메가스터디 또한 “초고난도 문항은 없고 4점 문항의 난도는 상승했으나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며 “선택과목의 경우 기하와 확률과 통계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됐고, 미적분은 상대적으로 다소 쉽게 출제돼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공통과목의 경우 6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존과 문항 번호, 유형 등 변화로 낯설 수 있다고 봤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또한 9월 모의평가는 지난 6월 모의평가나 2023학년도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다고 했다. 이투스는 “기존 출제되던 합답형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고 선다형 빈칸 추론 문항이 단답형 20번으로 어렵지 않게 출제됐다”며 “수능과 6월 모의평가에서 고난도로 출제되었던 수열의 규칙성을 묻는 문항이 12번으로 배치되면서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EBS 현장교사단으로 참여한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여러 개념을 종합해 해결 과정을 복잡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을 깊게 가져가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영어 지문 꼼꼼히 읽을 것 주문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열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교시 영어 영역은 지문을 독해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지문 내 문장 간 연결성이 높아 꼼꼼히 읽지 않으면 전반적인 이해와 문제 풀이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험생이 헷갈리기 쉬운 선택지 구성을 통해 변별력을 높였다.

EBS 현장교사단은 9월 모의평가 영어 영역이 올해 6월 모의평가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한국어로 번역해도 어려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내용인 배제됐다. 제목 추론, 빈칸 추론, 글의 순서, 문장 삽입 등 문제에서 변별력을 확보해 상위권 수험생을 변별했다”며 “듣기 영역 (EBS) 연계 체감도를 높여 하위권 수험생 부담은 낮췄다”고 분석했다.

사교육 업계 또한 지문과 문항 출제 경향은 비슷하게 분석했다. 다만 전반적인 난도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9월 모의평가가 2023학년도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 대비 ‘약간 쉽다’고 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추상적인 내용의 지문이 줄어들고 어휘 수준 역시 평이했다. 각주로 주어진 단어 수도 많아 독해가 어렵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독해 후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을 요구하거나, 매력적인 오답이 포함된 문제가 많아 체감 난이도가 아주 낮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문을 충실히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아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으나 다소 까다롭게 출제됐다”고 평했다. 새로운 유형과 논리 구조는 없었지만 어휘력이 부족한 경우 선택지를 고르는데 어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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