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으면 반려동물이 무료”…대만 억만장자의 저출산 공약

이시내 2023. 9. 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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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에선 ‘황당한’ 저출산 공약이 나왔다. 아기를 낳은 부부에게 반려동물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선거출마를 발표한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공약으로 출산한 부부에게 개나 고양이를 무료로 분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궈타이밍은 8월31일 타이베이의 한 사찰에서 “아이 1명을 낳으면 반려동물 1마리를 주고, 2명을 낳으면 2마리를 주겠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심하는 대만…72세 억만장자의 공약은
선거출마를 발표한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공약으로 출산한 부부에게 개나 고양이를 무료로 분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궈타이밍. 현지매체 민간전민 텔레비전(FTV) 캡처

대만은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2017년 1.13명이던 출산율은 2021년 0.98명으로까지 떨어져 인구 유지가 가능한 2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신생아 수도 지난해 13만8986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대만 행정원 농업위원회는 2020년 하반기 집계된 반려동물수가 300만마리 가량에 달한다며 15세 미만 어린이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궈타이밍은 자신이 제시한 대책이 출산율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단기간에 급증한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려동물이 이렇게 많아지고 있는데) 출산율이 낮아지면 앞으로 반려동물을 누가 돌보겠느냐"며 “저출산과 반려동물 급증이라는 두가지 이슈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72세인 궈타이밍은 대표적인 억만장자로 재산이 72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 출신인 그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통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1월2일까지 유권자 1.5%인 29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공식적으로 무소속 출마 자격을 얻는다. 

궈타이밍의 저출산 공약에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벅차서 반려동물을 대신 키우는 판국에 반려동물 무료분양이 출산율과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현지매체 ‘민간전민 텔레비전(FTV)’은 “실용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아이 양육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반려동물까지 돌보라는 얘기냐”며 현지 목소리를 전했다. 

정치권과 동물보호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대만 민진당 소속 한 입법위원(국회의원)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생명을 물건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시아 저출산 심각…“공자가 죽어야 아기가 산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한국 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 없다”며 경악하고 있다. EBS 캡처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국내 온라인상에선 EBS의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초저출생’ 중 한장면이 한동안 화제였다. 인종·성별·계급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한 석학이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한국 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설명에 머리를 부여 잡으며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 없다”며 경악했다. 

저출산이 세계적인 현상이라지만, 동아시아 상황은 유독 심각하다. 유엔(UN·국제연합) 경제사회국이 발표한 ‘UN 세계인구 전망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위기가 극심한 세계 10위권 국가 가운데 6개국이 아시아권 국가다. 홍콩(1위·0.75명), 한국(2위·0.88명), 싱가포르(5위·1.02명), 마카오(6위·1.09명), 대만(7위·1.11명), 중국(10위·1.16명)이다. 

일본은 1.3명(19위)으로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세계 238개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인 2.3명에 훨씬 못 미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월 “일본이 사회적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며 “일본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책 우선순위를 출산과 육아지원에 두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전했다.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이유는 뭘까. 대만 영자신문 ‘타이베이 타임스’는 양육비와 집값 등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유교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 부담을 지우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유교 문화권이 아닌 국가들의 출산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출산율은 2.75명, 불교 국가인 베트남은 1.94명이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1.80명), 인도네시아(2.18명)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힌두 문화권인 남아시아의 인도(2.03명)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3.47명),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3.08명), 우즈베키스탄(2.86명) 등도 2~3명대에 이른다. 서아시아 출산율은 2.8명으로 세계 평균치인 2.3명보다 더 높다. 

호주매체 ABC는 비혼 출산을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는 동아시아의 협소한 가족관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인구통계학자인 앨리스 옌신 챙 박사는 “출산율에 있어 서구국가와 동아시아의 결정적인 차이는 비혼 출산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며 “동아시아에선 비혼출산이 드물기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이 줄면서 출산율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는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88명(2017년 기준)으로 높은 편으로, 2012년에 태어난 아기의 57%가 비혼 부모에서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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