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빠진 첫 모의평가···국어 어렵고 수학 쉬웠다

남지원 기자 2023. 9. 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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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준킬러급 문항’ 늘고 선택지 난도 높아
수학, 주관식·고난도 문제 쉬워 변별력 하락
영어, 어휘·문장 쉬웠지만 난이도 있게 출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 평가가 실시된 6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본사에서 강사들이 모의고사에 출제된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른바 ‘킬러문항’ 논란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처음으로 주관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6일 전국 2139개 학교와 485개 지정학원에서 시행됐다.

평가원은 매해 수능을 앞두고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시행한다. 수험생은 수능과 시험의 성격, 문항 수, 출제 영역이 동일한 두 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11월 예정된 수능의 난이도와 출제 방향을 가늠한다. 올해는 정부가 6월 모의평가 이후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9월 모의평가가 수능의 출제 방향을 탐색해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험이 됐다.

이번 시험은 정부 지침대로 초고난도라고 불릴 만한 문항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변별력이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어영역에서는 과도한 배경지식이나 추론 등을 요구하는 문제 등이, 수학영역에서는 불필요한 개념을 요구하거나 풀이가 과도하게 복잡한 문제 등이 배제됐다. 다만 ‘준 킬러문항’이라고 불리는 고난도 문항이 늘어났고, 수학영역에서는 최상위권 변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문제도 노출됐다. 오는 11월16일 치르는 본 수능에서도 관건은 난이도 조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 대한 입시업계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어영역은 선택지가 까다로워지고 중고난도 문항이 많아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기연 유웨이 국어영역 수석연구원은 “킬러문항은 없었으나 준킬러급 문항들이 난이도를 올렸고 지문보다 선택지에 난도가 있었다”며 “지난해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EBS 현장교사단 소속 최서희 중동고 국어교사는 이날 1교시 시험 종료 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국어영역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제시된 문항도 보기에 주어진 사례에 적용해야 하는 등 까다롭게 느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은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종로학원은 이날 자체 표본조사 결과 지난 6월 모의평가 대비 원점수 평균이 미적분 4.4점, 기하 5.2점, 확률과통계 3.0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도 6월 모의평가, 2023학년도 수능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에 킬러문항이 주로 배치되던 주관식 문제의 난도가 상당히 낮아지고, 고난도 문제도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만점자가 늘어나는 등 최상위권 변별력은 많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을 가르는 초고난도 문항이 평이했을 뿐 중상위권 학생에게는 쉽지 않은 시험이라는 분석도 있다. EBS 현장교사단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학영역이 6월 모의평가, 2023학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말했다. 심주석 하늘고 교사는 “그동안 주관식 22번, 30번 등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버리는 문제’라고 했는데 이제 그럴 이유가 없다”며 “교육과정과 EBS 연계 교재로 충분히 학습했다면 모든 문항 풀이에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후 10시 기준 EBS와 입시업체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은 화법과작문 88~92점, 언어와매체 85~88점으로 전망돼 2023학년도 수능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확률과통계 89~93점, 미적분 84~89점, 기하 88~91점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EBSi가 공개한 9월 모의평가 만점자 예상 표준점수는 국어 142점, 수학 143점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지난해 수능과 6월 모의평가의 국어영역 만점자 표준점수는 각각 134점, 136점이었다. 수학영역의 경우 수능 145점, 6월 모의평가 151점으로, 이번 모의평가보다 높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절대평가로 실시된 영어영역은 비교적 변별력이 확보됐다.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운 문제는 더 어려워지면서 1등급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모의평가 지원자 47만5825명 가운데 졸업생 등 이른바 N수생(검정고시생 포함)은 10만4377명(21.9%)으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킬러문항 배제로 수능이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월 모의고사 성적은 다음달 5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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