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컨테이너서 살거나 마을 떠나…태풍 겪은 포항 주민 "불안"

손대성 2023. 9. 6. 1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작년에 집안 살림이고 뭐고 다 떠내려갔습니다. 그 뒤로는 태풍이 온다고 하면 계속 일기예보만 보고 있을 정도로 항상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2리에서 만난 김상래(88)씨는 딱 1년 전인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용산2리서 16가구 침수…"인근 소하천 유로 변경 탓"
"여기까지 찼어요"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겪은 김상래(88)씨가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2리 자신의 집에서 물이 어디까지 찼는지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2023.9.6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작년에 집안 살림이고 뭐고 다 떠내려갔습니다. 그 뒤로는 태풍이 온다고 하면 계속 일기예보만 보고 있을 정도로 항상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2리에서 만난 김상래(88)씨는 딱 1년 전인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집 인근 용산천이 범람하면서 가슴 높이만큼 물이 들어차 가전제품을 비롯해 세간살이 전부 침수돼 폐기됐다.

현재 그는 집 마당 한쪽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살고 있다.

김씨 옆집은 태풍으로 침수된 이후 주인이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비어 있다.

인근 식당 업주는 승용차와 트럭 모두 침수돼 폐차했다. 식당도 물에 잠겼다.

받은 지원금으로는 차 구입은 고사하고 식당 정비하는 데도 부족했다.

이 마을에서만 16가구가 태풍으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그 이후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친척집이나 숙박시설에서 지내는 주민도 있다.

주민들은 마을과 길을 사이에 둔 건너편에 포항1차아이파크 아파트단지 신축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선으로 흘러 냉천과 합류하던 소하천인 용산천 물길을 직각으로 변경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미르도시개발 등은 용산천이 아파트단지 가운데로 지나가자 2017년 지방자치단체 심의와 승인을 거쳐 하천 물길을 바꿨다.

포항시가 아파트 부지 확보를 위해 소하천을 인위적으로 변경하고도 범람 위험에 대한 사전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무시했다는 것이 주민 주장이다.

한 주민은 "그전에는 건설 중인 아파트단지 부지가 지대가 낮았고 용산천이 직선으로 냉천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별다른 수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용산2리 주민들은 포항시,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 미르도시개발, 우진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 재판이 계속되면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주민들과 포항시민단체는 태풍 피해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6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천 유로 변경이 없었다면 이런 피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용산천을 원상 복구하고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포항시는 시간당 100㎜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져 발생한 자연재해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막기 위해 용산천을 확장하고 둑을 높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선 유로가 직각으로 변경된 포항 용산천 [촬영 손대성]
직선 유로가 직각으로 변경된 포항 용산천 [촬영 손대성]
지난해 태풍 때 침수된 이후 집주인이 떠나고 남은 빈 집 [촬영 손대성]
지난해 태풍 때 침수 피해를 겪은 주민이 사는 컨테이너집 [촬영 손대성]

sds123@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