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VIP 왔다” 프리즈 서울 개막에 달아오른 유통업계
고급 호텔·레스토랑 예약 꽉 차
VIP 모시기 전쟁… ‘아트마케팅’ 나선 유통업계 들썩
스위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개막했다. 미술품 쇼핑에 나선 전 세계 ‘큰 손’과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들이 서울을 찾으면서 호텔·백화점·명품 등 유통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미술박람회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가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사이엄 폭스 프리즈 회장 등이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프리즈 서울 개막을 축하하며 “모든 사람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며 “서울의 미래는 문화와 예술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프리즈 서울’은 국내 자산가는 물론이고 전세계 예술 컬렉터, 명사가 찾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개막 첫 해인 작년 약 7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6500억원 상당의 미술품이 거래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도 뉴욕의 가고시안 등 해외 유수의 갤러리 약 120곳이 참여한다. 디 갤러리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 가고시안은 백남준의 유명작품인 ‘TV 부처’, 그레이 갤러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스테판 옹핀 파인아트는 세잔·피카소·마티스 등 거장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우저앤워스는 필립 거스턴의 1978년작 회화를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소개한다.
유통업계가 VIP 모시기에 나선 것은 프리즈 서울을 찾을 명사들의 구매력 때문이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을 전후해 세계 컬렉터와 미술계 인사 등 8000여명이 한국을 찾았는데 이들의 비즈니스 미팅으로 인근 호텔·식당·백화점까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작년 코엑스 인근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홍콩의 부동산 재벌이자 미술시장의 ‘큰손’인 에이드리언 청 홍콩 뉴월드개발 회장 등 자금력이 있는 귀빈(VIP)들이 서울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꼽히는 스위스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세계 최고(崔古) 현대미술 갤러리인 영국 페이스의 마크 글림처 대표 등이 방한했다. 미술 업계에서는 올해 프리즈 서울을 위해 해외에서 약 1만 명이 서울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들이 찾을 서울 전역의 고급 호텔들은 일찌감치 객실이 동이 났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서울 송파구 잠실 시그니엘서울 숙박을 프리즈 행사 VIP 입장권과 결합한 상품은 행사 첫날과 둘째날 표가 모두 팔렸다.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광화문 포시즌스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등 다른 서울 시내 주요 호텔도 몇 달 전부터 9월 초·중순 숙박 예약이 꽉 찼다.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레스토랑도 이 기간 예약이 어려운 상태다.
아트슈머(문화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패션·유통가에서도 자체 전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리즈를 찾는 관객이 미술 박람회를 찾는 관객이 백화점·호텔·명품 업체들의 큰손 VIP 고객과 많이 겹치기 때문에 ‘아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프리즈 서울에 공식 파트너로 참가하며 앞장섰다. 전시 현장에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은 라운지로 VIP 고객들을 맞이한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라운지를 마련하고, 국내외 아티스트와 콜라보 전시를 진행하고 체험 공간을 선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8일부터 24일까지 명동점 아이코닉 존에서 백남준아트센터와 함께 미디어아트 전시를 진행한다. 갤러리아는 ‘도도새’ 작품으로 잘 알려진 김선우 작가의 단독 전시 및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명품업체들도 국내외 VIP 모시기에 합류했다. 일반공개 행사와 별도로 VIP 초청 행사를 개최하거나 브랜드가 주도해 국내 미술 전시회를 후원하거나, 직접 전시를 진행하는 식이다.
보테가베네타는 앞선 4일부터 이틀 연속 VIP 초청 파티를 개최했고, 디올은 지난 2일부터 서울 성수동 콘셉트 스토어에서 한국 신진 작가들이 참여한 레이디 디올 셀러브레이션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자사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오설록은 코엑스 프리즈 서울 전시장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각지에서 방문한 아트 애호가들에 한국의 차 문화를 알린다. SPC는 이 기간 매출 증가를 대비해 식자재 주문량을 두 배 늘렸다.
고계성 경남대 관광학부 교수(관광학회장)는 “세계적인 문화예술 이벤트 하나를 유치하는 것 만으로도 큰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2의 키아프·프리즈를 만들기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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