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베는 느낌, 감전된 것 같다"…시작부터 끔찍한 '통증의 왕'
[편집자주] 한번 걸리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은 요즘 같은 환절기를 잘 노린다. 큰 일교차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틈을 타 침입하기 좋아서다. 최근 백신 수요가 높아진 배경이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항체 생성률이 높은 백신 1종이 추가 승인되고 제약업계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면서 대상포진 예방·치료법이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비용이 최고 60만원에 이를 만큼 비싸졌다는 것. 그런데도 병·의원에선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몸값 높아진 대상포진 백신의 무료 적용 가능성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 개발 현황, 예방법 등을 짚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70만명가량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의 원인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재활성화하면서 발병하는 병이다.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하기 쉬운 환절기 특히 주의해야 할 병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대상포진은 얼굴·몸통·어깨를 중심으로 띠 형태의 울긋불긋한 발진·수포가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주민숙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경절이란 '길'을 따라 움직여 통증과 피부 증상이 띠처럼, 주로 한쪽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통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여성호르몬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하지 않다.
대상포진은 피부로 드러날 때 감염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진짜 '공격 대상'이 신경인 만큼 대부분 통증·이상감각이 수일 전에 먼저 나타나고, 염증이 피부에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발진과 물집이 무리 지어 비친다.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강도가 심해 흔히 대상포진을 '통증의 왕'이라 부른다. 주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면 외상이나 근육통과 달리 '칼로 베는 것 같다'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처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통증을 경험한다"며 "피부 증상이 드러나기 전 통증만으로는 대상포진을 확진하지는 않지만 찌릿찌릿한 통증이 편측으로 발생하는 경우 대상포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상포진은 전염성 질환이다. 피부에 생긴 물집이 터졌을 때 내부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감염을 일으킨다. 대부분 직접 접촉이 원인이지만 면역저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전신성(파종성) 대상포진은 호흡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다만,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대상포진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이름처럼 수두와 대상포진을 동시에 일으키는 바이러스"라면서 "수두에 걸리지 않아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노출됐을 때 수두에 먼저 걸리는 것일 뿐, 바로 대상포진이 나타나지 않고 환자의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뒤따르는 합병증이 위험하다. 신경 손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각막염·망막염 등 안구질환, 안면마비, 난청, 뇌수막염 등도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에 속한다. 전문가들이 조기 진단·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주 교수는 "최대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세균 등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항생제와 드레싱, 염증을 해소하는 스테로이드, 진통제와 항우울제를 통한 통증 관리도 상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라며 "신경 손상이 심해지기 전인 72시간이 '골든타임'이지만 △나이가 많거나 △피부 병변이 계속 늘어날 때 △대상포진이 얼굴에 발생한 환자는 시간이 지났어도 약물을 쓰면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활성화되는 것이라 예방접종 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주 교수는 "의사들도 본인이 스스로 맞거나 부모님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권한다"며 "합병증이 위험한 병인데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주사(백신)로 발병률을 낮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GSK의 '싱그릭스' 세 종류가 쓰인다. 앞선 두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독성을 제거한 '약독화 생백신'이고 GSK 백신은 병원균을 비활성화시킨 사백신이다. 생백신은 1회 접종으로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너무 약한 사람은 되레 백신이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사백신은 반대로 안전성은 높지만,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싱그릭스의 경우 2~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GSK 백신은 사백신이지만 면역증강제를 섞어 만들어 생백신인 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보다 효과가 더 우수하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해볼 때 일반적으로 조스타박스의 예방 효과는 50% 안팎이지만 싱그릭스는 96%나 된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체계도 노화해 백신접종 효과가 갈수록 주는데, 이 감소 폭 또한 크게 차이가 나 80세 이상에서 예방 효과는 싱그릭스 91%, 조스타박스는 18%로 보고된다. 스카이조스터는 조스타박스와 면역반응이 동등한 수준으로 예방효과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50세 이상은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대상포진에 이미 걸렸다면 면역 체계가 안정되는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맞는 게 안전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연령대의 수두 항체 양성률은 90% 이상이지만, 만약 수두에 걸리지 않았다면 생백신을 맞기 전 수두 항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2005년부터는 생후 12~15개월의 모든 영유아에게 수두 백신 접종이 지원되고 있다.
서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이전에 대상포진 생백신(조스타박스 등)을 접종했더라도 사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한다"며 "단, 생백신 접종 후 얼마의 시간 간격을 둬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만큼 내 몸 상태를 잘 아는 전문의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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