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변기에 피가" 대부분은 치질…'이 증상' 있다면 암 의심해야

박정렬 기자 2023. 9. 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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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9월은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지정한 '대장암의 달'이다.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 사망률이 각각 3위에 해당하는 위협적인 암이지만 조기 발견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면 치료 성적이 좋은 편에 속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는 "대장암 4기는 더는 말기 암이 아니다"라며 "항암제의 발전과 적극적인 수술로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교수의 도움말로 대장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성인 남성의 빈혈은 대장암 신호다?
O 남성은 여성보다 빈혈을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평균적으로 더 높고 정기적으로 월경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이후 남성 빈혈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위장관 출혈이다. 보이지 않는 위·대장에 암이 생기면 출혈이 발생하고 빈혈로 이어진다. 따라서 남성인데 자주 어지럽거나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피로가 심하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등 빈혈 증상이 나타나면 한 번쯤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변 습관이 달라졌다면 위험하다?
O 배변 습관의 변화는 대장암 환자가 가장 많이 경험하는 증상이다. 주로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변비에 시달린다. 먹는 음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배변 습관만 변화했다면 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번 바뀐 배변 습관이 오랜 시간 그대로일 때,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대변에 피가 비춘다면 꼭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우리나라는 젊은 대장암 세계 1위다?
X 우리나라는 50세 이전 발병하는 '젊은 대장암'의 발병률과 증가율이 가장 빠른 국가로 인식된다. 하지만 국제학술지 란셋 소화기·간장학(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실린 연구 등 근거가 되는 논문은 2010년대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할 때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일 뿐이다. 실제 국내 20~40대 대장암 환자는 남성은 2011년, 여성은 2012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고 2016년 이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50세 미만 대장암 환자의 증가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캐나다·호주·대만·일본·홍콩 등에서 관찰된다. 그렇다고 해서 젊다고 대장암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도가 높은 경우 40세가 넘으면 조기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
대변에 피가 보이면 대장암이다?
X 모두 암인 것은 아니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지난 2020년 항문 출혈로 병원을 찾은 10~89세 6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암을 진단받은 경우는 전체의 4.7%(22명)에 그쳤다. 대부분이 치핵(67%), 치열(27.4%) 같은 양성 항문 질환이 원인이었다. 변기에 가득 찰 정도로 피가 보여도 어지럼증, 호흡곤란과 같은 빈혈 증상이 동반하지 않는다면 실제 출혈량은 적은 경우도 많다. 다만, 혈변이 암의 신호인 것은 맞다. 항문에 가까운 왼쪽 대장에 암이 생기면 출혈 후 바로 대변이 빠져나와 붉은색의 대변을 보고, 좀 더 먼 오른쪽 대장에 암일 땐 혈액이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돼 붉은빛을 잃고 검은색의 흑변을 본다. 흑색변은 상부위장관(위·소장) 출혈의 증상이기도 해 내시경 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현명하다.

-대장 용종은 무조건 떼야 한다?
O 대장 용종은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안쪽으로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대장암의 70%가량은 종양성 용종(선종)에서 5~10년 후 암으로 진행한다. 어떤 용종이 암으로 진행할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모양, 크기와 상관없이 발견하는 모든 용종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용종을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겸자제거술(생검겸자라 하는 집게를 이용) △올가미절제술(올가미로 용종을 잡은 후 제거) △점막제거술(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해 부풀게 한 후 올가미로 제거) △점막하박리술(내시경에 장착된 시술용 나이프를 이용해 점막하층을 박리하는 방법)이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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