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미·일 새로운 장 열었듯 한·일·중 3국 협력도 활성화 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듯이 한·일·중 3국 협력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으로 한·미·일 관계 격상을 완료한 뒤 한·중·일 협력 복원을 다음 숙제로 삼아 나아가려는 모습이다. 협력 활성화 단계 진입은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 등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아세안+3의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한국, 일본, 중국 3국의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과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국 정상급이 참석한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8·18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19일만에 다시 만났다.
윤 대통령은 복합위기 시대를 맞아 아세안+3 협력체제를 발전시키려면 한·중·일 협력 모멘텀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이자 아세안+3에서 3국을 대표하는 조정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3국 간 협력 메커니즘을 재개하기 위해 일본,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콤파스와 인터뷰에서도 “저는 지난 3월 이후 한·일 관계를 12년 만에 정상화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고 이를 기반으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새로운 차원의 한·미·일 3국 협력체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면서 “이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중국 총리가 참석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언급한 것은 한·미·일 결속을 ‘베이스’로 삼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선언했다. 이어 한·미·일 밀착에 쐐기를 박은 만큼 한·중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아세안과의 협력, 한·중·일 등 소다자회의를 고리로 삼아 ‘상호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의 측면에서 접촉면을 넓혀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일단 한·미·일이 아세안에 대한 관여와 규범을 확산하면서 한·일·중 협력이 역내에서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병합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협력 복원 제안에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양측은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한·중 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회의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협력 강화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시험대는 적지 않다. 4년 가까이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담이 조만간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이명박 정부인 2008년 12월부터 총 8차례 열렸으나 2019년 12월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한·일 갈등, 미·중 패권경쟁 강화 등의 영향을 받아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더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회담 결과에 따라 북·중·러 대 한·미·일 긴장도가 높아지면 한·중·일간 대화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중국은 이날 윤 대통령의 북한 문제 관련 촉구에도 직접 반응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 핵, 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해외노동자 송출과 불법 사이버 활동의 차단을 위한 공조에 관심과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역할을 촉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불법적이고 은밀한 행동이 중국 공해상에서 이뤄지므로 좀 더 신경 써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는데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역할을 촉구하는 정도의 (말씀이 있었다)”며 “그에 대해 중국 측이 구체적으로 어떻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3 협력의 방향으로는 회복력 강화와 미래 혁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세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이 올해 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APTERR)에 쌀 4500t을 공여하겠다고 했다. 현신 면에서는 아세안 역내 전기차 생산 기반 구축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협력을 제시했다. 아세안+3 과학영재 학생캠프와 과학영재센터 등을 통한 인재 양성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자카르타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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