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그룹 인수 나선 러 용병기업들···크렘린에 ‘충성 경쟁’

선명수 기자 2023. 9. 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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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PMC, 바그너 대체 위해 ‘충성경쟁’
‘레두트’ ‘콘보이’ 등 바그너 용병 흡수전
‘국방부에 반감’ 바그너 용병 포섭 시도
“크렘린, PMC 앞세워 바그너 통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이 놓여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지도부를 잃은 바그너 그룹을 흡수하기 위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들의 각축전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이 이들 용병기업을 앞세워 무장 반란으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바그너 그룹을 통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크렘린궁과 가까운 러시아의 PMC ‘레두트’(Redut)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바그너 용병들을 상대로 대원 모집에 나서는 등 바그너 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 등을 인용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 크렘린궁과 연계된 다수의 용병기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용병들을 파견하고 있으며, 특히 ‘레두트’와 ‘콘보이(Convoy)’라는 이름의 두 용병기업이 바그너 그룹을 대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기업 중 특히 레두트가 바그너 용병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두트는 2008년 러시아 공수부대와 정보장교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PMC다.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의 기업 및 외교 공관 등을 경비하는 사업을 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바그너 그룹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 푸틴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에너지 재벌 게나디 팀첸코가 레두트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레두트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며 지난 2월 이들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바그너 사령관들은 이미 지난 6월 무장 반란에 실패한 뒤 바그너 그룹에서 나와 레두트에 합류했다. 전직 바그너 간부가 레두트의 신규 채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바그너는 과거”라며 “당신이 아프리카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국방부와 레두트 PMC를 선택하라”는 광고가 올라 왔다.

레두트와 경쟁하고 있는 ‘콘보이’는 바그너 그룹 출신인 콘스탄틴 피카로프가 설립한 PMC다. 피카로프는 과거 프리고진과 결별하기 전 바그너 그룹에서 아프리카 군사 작전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 언론인 3명을 살해를 시도한 혐의 등으로 그를 지난 2월 제재 명단에 올렸다. 콘보이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을 대체하기 위해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니제르 니아메이 공군기지 밖에서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이들이 프랑스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바그너 그룹의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펼쳐 보이고 잇다. 바그너 그룹은 니제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AFP연합뉴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PMC가 러시아 국방부에 여전히 적개심을 갖고 있는 바그너 용병들을 포섭하기 위한 ‘모집 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이 국방부와 대립해온 바그너 용병들을 통제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크렘린은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투 경험이 풍부한 용병 조직을 통제하고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얻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프리고진을 지지해온 바그너 용병들이 한 부대에 쏠려 있지 않도록 여러 PMC 부대로 분산해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자, 이들에게 사면을 대가로 러시아군에 편입되거나 벨라루스로 떠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반란의 목적 자체가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군 수뇌부를 축출하는 것이었던 만큼 대다수 용병이 국방부와 계약을 거부하고 벨라루스로 떠났다. 이후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이 지난달 23일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향후 바그너 그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려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악명을 떨친 바그너 그룹은 2014년부터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각지의 분쟁에 개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그룹을 곧바로 ‘폐기 처분’하는 대신 조직 장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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