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 했을뿐…법인세·상속세 갈 길 간다" 내년 세법개정 주목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굵직한 이슈를 담지 않았다. 지난해 미완에 그쳤던 법인세율 인하, 이미 방향을 잡은 상속세 개편 등을 뺐다. '중단'이 아닌 '속도 조절' 성격이 강하다.
법인세제 개편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 때 25%까지 올린 최고세율을 다시 22%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기업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p) 인하하는데 그쳤고 과표구간 축소는 좌절됐다.
정부가 올해 법인세·상속세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숨 고르기'로 풀이된다. 법인세·상속세 개편을 두고 '대기업·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정무적 고려를 했다는 의미다.
또 여소야대 지형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 지난해와 같은 내용의 세법 개정 추진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법인세제 개편 등이 담기지 않은 것과 관련해 "현재 국회 상황이 지난해와 동일한 만큼 현실적인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일관되게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기업 투자 촉진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대기업 감세'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국회에서 "(법인세율 인하는)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감면 폭이 더 크다"며 "법인세를 내리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세수도 선순환해 혜택이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세법개정 때 법인세·상속세 개편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변수는 총선 결과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법인세·상속세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에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세입기반 확충'을 앞세워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해당 법인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말 "법인세 체계 개편과 관련된 부분은 소망컨대 (내년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여건이 좋아지면 전반적인 구간 단순화와 최고세율 인하 부분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관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내년 이후 부동산 세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 제도와 양도소득세 다주택자·단기보유자 중과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해 부동산 세제 전반을 건드려 당장은 추가 개편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여소야대 국면을 종합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국정 과제,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다주택자 중과 등에 대한 세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속 강조했다"며 "다만 현시점에서 부동산 세제를 큰 틀에서 바꿀 필요성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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