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미래다] 〈101〉기술진흥심의회 신설

2023. 9. 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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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이 1984년 2월 22일 제1회 기술진흥확대회의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과학기술 정책을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기술진흥심의회'를 신설하겠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4년 2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처의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받았다.

이정오 과학기술처 장관은 이 자리에서 “1980년대 기술주도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국무위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차관 등을 위원으로 하는 '기술진흥심의회'를 설치해 기술과 산업 간 협조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이 장관은 심의회 기능에 대해 “기술진흥심의회는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하고 월례회의를 열어 부처 간 종합조정이 필요한 과학기술 혁신 관련 사업을 심의·조정하고 국내외 기술동향 분석과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토록 하겠다” 밝혔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첨단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공공기술 분야는 대형 과제 위주로 '연구두뇌팀'을 구성해서 국가 주도로 추진하고, 산업기술 분야는 개발 초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 개발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보산업 육성을 위해 정보처리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대학 내 전산학과를 1983년 59개에서 올해 102개로 확대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기술주도 정책 구현 △고급 과학두뇌 활용 △첨단기술개발 촉진 △기업 산업기술 개발지원 △정보산업 육성 △원자력 발전 안정성 확보 △국제 기술협력 강화 등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전 대통령은 과학기술처 업무 보고를 받고 “신설하는 기술진흥심의회는 국가 기술진흥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모든 과학기술 분야는 심의회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이미 설치한 과학기술 관련 심의기구는 심의회로 통합하라”고 지시했다.

전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에 우리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다”면서 “첨단 과학기술 개발과 우수한 기술인력 확보에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 대통령은 “우리 여건에 적합한 첨단 과학기술 연구와 산업 간 연계가 시급하다”면서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은 산업에 이전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도를 강화, 중소기업이 하루빨리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며칠 후인 2월 22일 오전 전두환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1984년 제1회 기술진흥확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진의종 국무총리와 이정오 과학기술처 장관을 비롯한 전 국무위원, 각 정당 대표, 산업계, 과학기술계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정오 장관은 회의에서 “기술과 산업 연계, 정부 부처 간 긴밀한 기술 분야 협조를 위해 올해 발족할 기술진흥심의회는 매월 개최해서 국내외 기술동향과 수준을 평가 분석하고 그 대응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 진흥은 인력개발이 관건”이라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고급 인력 확보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 대통령은 “우리가 반도체 기술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한 것은 긍지를 갖게 해 주는 쾌거”라면서 “앞으로 반도체나 유전공학 등 첨단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 많은 성과를 거두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전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64K D램 개발 주역인 이성규 삼성반도체통신 부장 등 기술개발 유공자 12명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했다.

이날 기술진흥확대회의는 진행 방식이 기존과 확연히 달랐다. 그동안 회의 진행은 관 주도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의 주역은 산업계 대표들이었다. 산업계 대표들이 차례로 나와서 분야별 기술개발 실적과 앞으로의 기술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극히 이례적인 회의였다.

당시 과학기술처 관계자의 말. “기술개발이나 인력개발의 주체는 민간기업입니다. 민간 분야 대표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회의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회의에서 허진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은 우리나라 산업기술에 대한 총괄보고를 통해 “올해 산업기술개발 3대 과제는 기술발전투자 확대, 기술개발체제 정착, 국제화 전략”이라면서 “이를 위해 민간 산업계는 기술개발 투자 규모를 확대, 국제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 허 회장은 “산업계 기존 단체와 조합 기능을 기술 중심으로 개편하고 과학기술자 우대 퐁토를 조성하겠다”면서 “벤처투자를 통해 선진 기술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의 총괄 보고가 끝나자 정보산업, 전자공업, 자동차산업, 조선공업, 철강소재공업, 정밀화학, 유전공학, 섬유공업, 건설기술 등 분야별 산업 대표들이 차례로 기술개발 청사진을 발표했다.

강진구 한국전자공업진흥회장은 “국내 전자업계는 올해 중 1200억원의 기술개발비를 투입, 256K D램 개발 등에 착수하겠다”면서 “전자업계는 기술개발 투자를 매출액의 2%선으로 늘리고 고급인력 4700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용태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은 “지난해 컴퓨터 대중화 시대에 힙입어 1987년까지 민간기업 투자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면서 “국산컴퓨터 개발업체는 1982년 38개였지만 1983년 말에는 71개로 늘었고, 개인용컴퓨터(PC) 생산능력은 연간 14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 올해 전국을 연결하는 유통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준모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올해 수출 주종 차량인 X카와 T카를 생산하고, 6개 자동차 모기업과 826개 부품기업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4월 27일.

신설한 기술진흥심의회의 첫 회의가 이날 오전 전두환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신병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이정오 과학기술처 장관, 중앙부처 차관, 산업계·과학기술계 대표 등 110명이 참석했다.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세계는 지금 숨가쁜 과학기술 혁신 시대로, 우리가 기술혁신에서 뒤떨어지면 경제경쟁에서 패배한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기술혁신을 추진, 과학기술 입국을 앞당겨 실현하자”고 당부했다.

전 대통령은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술제휴를 하면서 국내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외화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심의회가 잘 조정해야 한다”면서 “외국 기술 도입 시 반드시 심의회를 거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전 대통령은 “심의회는 효율적인 운영으로 일관성 있게 종합적인 기술진흥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덕연구단지는 한국 과학기술 진흥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 기술진흥심의회 구성과 운영 방안을 심의, 확정했다.

기술진흥심의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고 위원장직은 과학기술처 장관이 맡기로 했다. 또 16명 이내로 상임위원을 두기로 했다.

상임위원은 경제기획원, 재무부, 문교부, 동력자원부, 상공부, 체신부 차관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행외협력위원회 기획단장, 한국과학기술원장, 한국개발연구원장,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장, 국방과학연구소장, 중소기업공단 이사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이다.

비상임위원은 중앙행정기관 차관과 청장, 감사원 사무총장, 산업계, 관계기관 책임자와 전문가들로 구성키로 했다.

기술진흥심의회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청와대에서 정기 회의를 열고, 국내외 기술 동향을 조사·분석하는 한편 국내 과학기술 수립 평가와 기술혁신에 관한 주요 정책을 조정키로 했다.

기술진흥심의회는 이날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3급 이상 공무원, 관계기관 실무자,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실무위원회의 위원은 경제기획원 예산심의관, 재무부 세제국장, 국방부 방산국장, 문교부 대학국장, 상공부 산업정책관, 동자부 자원개발국장, 건설부 기술개발관, 교통부 운송조정국장, 체신부 통신정책국장, 과기처 진흥국장, 해외협력위원회 제l협력관 등이다.

기술진흥심의회는 전두환 대통령의 과학기술 입국 구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5공화국이 과학기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설한 정책 조정 기구였다. 이로 말미암아 부처 간 과학기술 정책 갈등이나 혼선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심의회는 부처 간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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