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페이커 빈 자리 채웠던 T1 '포비' 윤성원의 여름
2023년 T1은 LCK 서머 스플릿을 준우승으로 마쳤다. 지난 2022년 여름부터 LCK만 연속으로 세 번, 그것도 젠지 e스포츠에게만 연달아 결승에서 지며 T1은 대회 통산 11회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국제 대회까지 포함하면 결승에 오르면 이기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조금 달랐다. 그 어느 여름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T1이 LCK에 출전한 첫 해부터 '페이커' 이상혁을 두고 생각할 수 없었다. T1의 기록이 곧 페이커의 기록과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몇 가지 이유로 페이커가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시기는 있었지만, 이번 여름 페이커는 선수 커리어 처음으로 부상 회복을 위해 휴식을 알렸다. 처음은 2주 정도를 예상했지만 페이커는 결국 4주 동안 열린 8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다.
윤성원의 2023 LCK 서머 스플릿 기록은 1승 7패다. 갑작스레 LCK에 출전했고, 중간에 코칭스태프 변동도 있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2023년 LCK 전체 시즌이 끝나고 만난 포비에게 가장 먼저 올해는 어땠는지 물어봤다. "CL에서도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던 시기에 갑자기 LCK에 출전하게 됐는데, 가서 많이 배우고 와서 의미있는 한 해였습니다. 저도 올해 LCK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그래도 저는 그때까지 열심히 했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제게 좋은 기회로 와서 좋았고요. LCK 선수들과 대결하면서 초반 경기 구도에 대해 많이 익혔고, 같이 출전했던 형들에게 운영과 경기 내 콜에 대해 많이 배웠죠."
앞서 말했듯 포비의 성적은 1승 7패. 덕분에 LCK에서 한 달을 뛰었지만 시청자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면 포비는 어떻게 프로게이머가 됐고, 왜 T1에 입단해 페이커 대신 한 달 LCK 경기에 나서게 됐을까?
여느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포비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프로게이머의 길을 반대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걱정과 반대는 아니었다. 챌린저 티어에 올라가면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는 부모님의 이야기에 기어이 포비는 챌린저를 달성하고 부모님의 허락과 함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항상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팀인 T1에 지원해 입단했다.
비록 아카데미 팀이긴 하지만 T1에 미드라이너로 입단했다는 것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한 일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모두가 꿈꾸는 LCK 무대에 출전하려면 결국 페이커와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포비의 생각은 확고했다. "항상 저는 T1 미드 라이너로 LCK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가졌어요. 물론 이번 출전은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LCK 출전을 준비했죠.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다행히 LCK 선수들의 연습실에 갔을때 같이 경기에 나설 형들과 연습을 해보고 저만 잘하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들 경기 화면으로 볼 때보다 더 잘했거든요. 형들이 정말 저를 잘 이끌어줘서 이후에 걱정은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이후 그에게 LCK 승리는 없었다. 연패에 연패를 거듭했다. 신인에게는 가혹한 일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커리어 첫 해 기록을 1승 7패로 남기고 싶지 않았을 거다. "연패를 겪으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죠. 그래도 옆에서 형들이 계속 잘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예상보다 2주가 더 걸렸지만 한 달 만에 페이커가 다시 복귀했고, 자연스레 포비는 다시 원래 리그였던 CL로 돌아갔다. CL로 돌아가는 포비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래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자신의 LCK 기간에 대해 말했다.
많은 승리를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포비는 같이 출전했던 형들에 대해 좋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연패를 거듭하며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마냥 움츠러들어 있지도 않았다. 선수들이 인터뷰를 통해 전했던 것 처럼 팀 분위기 자체는 좋았고, 선수들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즉흥적으로 진행됐던 T1의 제주도 여행에서 포비는 스노클링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수영 실력에 대해 포비가 말한 답이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저는 어릴때 수영을 배웠긴 하지만, 그래도 형들이 수영을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더라고요."
포비가 CL로 복귀하고 페이커가 LCK에 복귀하며 T1은 다시 승리하기 시작했다. 서머 정규 일정 마지막 두 경기는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젠지에게 패한 두 경기 외에는 모두 승리했다. 플레이오프도, 결승전도 관중석에서 T1을 지켜본 포비는 이후 경기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승보다 패가 많았던 커리어 첫 LCK를 마친 포비는 내년에는 CL에서 최고의 미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콜업되어 아쉬운 기록을 남겼지만 포비는 오히려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재차 전했다. "성적은 아쉽지만, 제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됐죠. 그리고 같이 고생한 형들도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고 많이 알려줘 정말 감사하고요. 그리고 올해 여름에 배운 거로 언젠가는 꼭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하고 싶어요."
박상진 vallen@fomos.co.kr
[게임&게이머, 문화를 전합니다. 포모스게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포모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