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통증 맞먹는데 평생 간다…대상포진 합병증, 골든타임 '72시간'

이창섭 기자 2023. 9. 6.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공포의 대상포진, 가격도 무섭다④
[편집자주] 한번 걸리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은 요즘 같은 환절기를 잘 노린다. 큰 일교차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틈을 타 침입하기 좋아서다. 최근 백신 수요가 높아진 배경이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항체 생성률이 높은 백신 1종이 추가 승인되고 제약업계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면서 대상포진 예방·치료법이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비용이 최고 60만원에 이를 만큼 비싸졌다는 것. 그런데도 병·의원에선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몸값 높아진 대상포진 백신의 무료 적용 가능성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 개발 현황, 예방법 등을 짚어본다.

'통증의 왕', '암 초·중기보다 더 큰 고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만큼 대상포진을 앓은 뒤 찾아오는 이 합병증은 극심한 고통으로 유명하다. 대상포진 수포가 가라앉아도 그 자리에 통증이 남는 병이다.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대상포진보다 더 위험한 신경통 합병증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나섰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약 72만명이다. 이 중 60대가 17만2000여명으로 23.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50대 환자가 16만1500여명으로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 고령층 대상포진 환자 수가 46만7455명이다.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5%를 차지한다. 고령층 환자가 중요한 건 이들이 신경통 합병증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PHN)은 수포 등 피부질환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피부 발진이 생긴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고통이 계속되면 대상포진 신경통으로 정의한다.

이승현 강북삼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PHN은 50~80세까지 약 20% 유병률을 보이는데 80세가 넘어가면 35%,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50%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며 "위험인자가 나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대상포진 신경통으로 이행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피부 발진이 크게 나거나, 수포가 얼굴 쪽에 난 경우 혹은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신경통 합병증에 걸릴 위험성이 더 크다.

PHN 환자는 칼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등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가벼운 옷 접촉만으로 큰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과 더불어 가려움증을 겪는 환자도 있다. 적시에 대상포진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이런 통증을 평생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다. 신경통 합병증이 대상포진 자체보다 더 위험한 이유다.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말초감작', '중추감작'이라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신경이 손상되는데 이때 통증 전달 경로의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작은 접촉에도 이상감각과 통증을 느끼는 감각의 변화가 유발된다.

PHN을 예방하려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는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상포진 급성기(1달)에 신경 차단술, 교감 신경 차단술, 피부 스테로이드 주입 등 시술을 시행하는 게 통증을 줄이고 신경통 합병증으로의 이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치료 방법으로도 신경통을 완전히 낫게 할 순 없다. 통증을 줄여서 조절하는 수준으로 완치를 위한 치료가 아니다. 아직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상황에서 국내외 여러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삼익제약은 지난 1일 PHN 치료제 'SIKD1977'의 임상 2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물질은 약물재창출 방식의 천연물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아 현재 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삼익제약 관계자는 "SIKD1977의 임상 시험이 성공한다면 PHN 환자의 치료 선택지와 미충족 수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전성이 확보된 신약으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이용해 PHN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해당 임상 시험은 흉추부(등) 대상포진 발생 후 신경통 합병증을 겪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나보타를 추가한 신경 주위 국소마취주사와 국소마취제 단독 사용을 서로 비교한다. 환자의 통증 강도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평가한다.

미국 텍사스 소재의 렉시콘 파마슈티컬스(Lexicon Pharmaceuticals)는 지난 4월 PHN 치료제 'LX9211'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79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임상 시험의 1차 지표인 '일평균 통증 점수'에서는 시험약과 위약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차이 나지 않았다. 다만 2차 지표인 '통증 강도'에서는 LX9211 투약군의 통증 점수가 위약군보다 더 낮았다.

회사 측은 임상 1차 지표 미충족과 관련해 "환자 표본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높은 이상반응 발생으로 임상 초기에 환자가 다수 탈락해 표본이 더 적기도 했다. 약물의 최적 용량을 알아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