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초전' 강서구청장 빅매치…문 정부·검경 동상이몽[여의도속풀이]
국힘, 무공천 기류에서 전격 공천결정…文 인사 vs 공익제보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여야가 모두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세우기로 결단하면서 '검찰 대 경찰' 혹은 '문재인 정부 인사 대 내부고발인'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공천 전망이 강했던 국민의힘이 6일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양당 모두 총선 전초전인 이번 보궐선거에 사력을 다할 전망이다.
먼저 공천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했다. 진 전 차장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이다.
민주당에서는 당초 문재인 정부 비서관, 전 기초·광역의원과 같은 지역 인사, 광역지자체 부시장 출신 등 13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들보다 늦게 도전장을 내민 진 전 차장의 전략공천이 결정됐다.
원래 민주당 내에서는 1차 컷오프 결정 이후 경선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했다. 그러나 전략공천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사면·복권된 김태우 전 구청장이 무공천 기류가 강했던 국민의힘으로 출마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돼 근무했었다.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3개월 후 광복절 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에서는 사면복권을 '사법부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하며 김 전 구청장이 유죄를 강조했다. 또한 그간 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정권'으로 규정한 만큼, 김 전 구청장에 맞서 '검찰 대 경찰' 프레임으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민주당은 검-경 프레임은 부인하며 진 전 차장의 도덕성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진 전 차장 전략공천 결정 배경에 대해 "우리 후보는 도덕성에서 (여당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후보로 선정해야 한다는 방침이 처음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날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고 공천관리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 지역인만큼, 패배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는 계산하에 무공천으로 가닥을 잡는 듯 했다. 그러나 김 전 구청장의 복권과 출마 선언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대법 판결 3개월 만에 이뤄진 윤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정치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더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김 전 구청장에 더해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김 전 구청장이 다시 후보로 나서게 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부고발로 인해 희생당한 '공익제보자'라는 주장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 공익제보자 대 문재인 정부 경찰'이라는 구도로 '전 정권 심판론'을 부각한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를 내는 것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며 공천 방침을 밝혔다. 김 대표는 "불법 사실을 공익 제보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얼마나 왜곡되고 편향돼 있는지를 확인해 준 일이었다"며 "유재수와 조국이 감찰 무마한 것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공천 결정으로 총선 전초전이 치러지게 된 만큼 여야는 모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마지막 선거인 이번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도부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진 전 차장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며 "윤석열 정권의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멈춰 세워야 하는데 본격적인 전선은 내년 총선이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그 전초전"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하고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를 통해 국민들께서 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경고해 주시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전 차장은 공천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구청장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에서 어떤 후보를 공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어떤 강점이 있어 구청장에 적합한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검찰 대 경찰 구도에 대한 질문에는 "선거가 검-경 대립 구도로 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저도 원하지 않지만, 국민들도 크게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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