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마 시오리와 이시카와 마유의 도전 [이준희 기자의 ‘여기 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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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가 있다.
키 180㎝, 190㎝에 미국여자농구(WNBA) 출신 선수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야스마는 체력, 속도, 기술로 경쟁했다.
선수 경력 사상 가장 아픈 시간을 보낸 이시카와.
대회 우승은 도요타에 돌아갔고, 야스마는 외국인 최초로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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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두 선수가 있다.
여자농구 야스마 시오리(29·도요타 안텔롭스). 2017년 도요타에서 프로 데뷔했다.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 키는 161㎝. 작은 키 때문에, 그다지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야스마는 2020∼2021시즌 소속팀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PV)도 거머쥐었다.
어렵게 찾아온 전성기. 정점에 선 야스마는 도전을 선택했다. 통역사도 없이 독일로 떠나 프라이부르크에 입단했다. 야스미는 “일본 여자농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원했다”고 했다. “하루 10시간도 볼 정도로” 좋아하던 한국 드라마도 끊고 영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2021∼2022시즌 우승과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했다.
도전은 이어졌다. 이번엔 정상급 무대인 이탈리아였다. 키 180㎝, 190㎝에 미국여자농구(WNBA) 출신 선수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야스마는 체력, 속도, 기술로 경쟁했다. 야스마는 베네치아 소속으로 유럽 대륙 클럽대항전 유로컵 4강 진출을 일궜다. 야스마는 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농구인생은 내 전체 인생의 일부일 뿐”이라며 “나는 농구를 통해 인간 시오리가 성장하길 바랐다”고 했다.
여자배구 이시카와 마유(23·피렌체)는 일찍 주목을 받았다.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 키는 174㎝. 신체조건이 좋진 않았지만, 오빠 유키(27·밀라노)가 일본 남자배구 간판스타였다. 본인도 청소년 대표 시절 세계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등 재능을 보였다. 일본 명문 도레이 애로우즈에 입단했다. 국가대표팀에도 일찌감치 승선했다.
꽃길만 걷는 듯했지만, 이시카와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너졌다. 도쿄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2-3으로 패했다. 이시카와는 코트에 엎드린 채 눈물을 쏟았다. 소속팀서도 비극은 이어졌다. 도레이는 2022∼2023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정작 챔프전에서 2-3으로 패해 우승컵을 내줬다. 5세트 스코어는 14-16. 이시카와는 또 한 번 코트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쳤다.
선수 경력 사상 가장 아픈 시간을 보낸 이시카와. 최악의 시기에 그는 오히려 최정상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바로 이탈리아 리그 진출이다. 이시카와는 “처음이라 불안감도 있지만, 좋은 기회”라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다. 강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배운 부분을 대표팀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야스마와 이시카와. 두 선수는 일본 스포츠가 성장 가도를 달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일본 여자농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여자배구는 세계랭킹이 8위까지 올라왔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종목에서 내림세다. 대한체육회는 이례적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 목표를 종합 3위로 잡았다. 일본과 격차를 인정한 셈이다.
박신자컵을 찾은 여자농구 전설 박신자는 후배들에게 “농구로 인기나 돈을 얻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대회 우승은 도요타에 돌아갔고, 야스마는 외국인 최초로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그가 상의 주인공으로 가장 어울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 스포츠가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듣는 동안, 일본은 세계 정상을 목표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일본 전지훈련을 떠난 지도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태도와 정신부터 배워야 한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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