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료보다 비싼 공항버스…인천공항 ‘주차대란’ 이유있었네

박준철 기자 2023. 9. 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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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객 차량으로 가득 찬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인천공항이 다시 북적거리고 있다. 텅 비었던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과 면세점 은 이용객이 늘어 반색이다. 그러나 주차장은 사정이 다르다. 인천공항은 4만대 이상 주차가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 여름 휴가철 주차난이 극심했다. 공항버스보다 싼 주차요금이 원인으로, 인천공항은 주차요금 대폭 인상을 검토 중이다.

6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은 여름 항공 성수기인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15일까지 주차장 포화도가 110%를 넘는 날이 10일에 달했다. 특히 지난 8월 13일은 116.3%로 최고를 기록했다. 주차장 내 갓길 이용은 물론 이중주차를 한 경우도 많아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 잔디광장도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공사 관계자는 “주차장 포화도가 110%를 넘을 땐 주차장 출입을 일시 통제한 뒤 차량이 빠져나가면 진입시키기도 했다”며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출국 시간에 임박해 도착한 이용객은 비행기를 못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 잔디광장에 해외여행객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이같은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선호하는 트렌드와 함께 비싼 리무진 요금도 한 몫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서울~인천공항 리무진 요금은 1인당 1만원(성인기준·편도) 안팎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만6000~1만8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경기도 여주·이천~인천공항은 2만5400원, 안성 2만700원, 남양주·마석 2만200원 등이다.

서울에 사는 4인 가족이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요금만 12만8000~14만4000원이다. 반면 전기차를 타고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에 5일간 주차하면 주차요금은 2만2500원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왕복 통행료 1만3200원을 합해도 3만5700원 밖에 안 된다. 인천공항은 전기차와 2명 이상 다자녀 가족 차량에 대해 주차요금을 50% 할인해 준다.

공사는 리무진 등 공항버스 요금보다 주차비용이 2~3배 저렴한 탓에 자가용 이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9년 인천공항 운송분담률을 보면 버스가 48.1%, 승용차는 36%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공항철도 12.3%, 택시 3.6%였다. 그러나 올해는 승용차가 41.5%로 비중이 크게 올랐다. 반면 버스는 33.9%로 2019년보다 14.2%p나 줄었다. 공항철도는 14%, 택시는 10.6%로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에 1389대를 댈 수 있는 인천공항 주차타워.|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공사는 자가용 이용이 증가하면서 오는 추석 황금연휴와 겨울 성수기 때 주차를 제때 못해 비행기를 놓치는 이용객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인해 제2여객터미널에 올 연말 6448대를 댈 수 있는 주차타워를 준공할 예정이며, 긴급상황에 대비해 비상용으로 화물터미널에 3000대를 주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만명 정도다.

공사는 주차난을 해결할 방안으로 공항 주차요금을 대폭 올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궁극적으로 단기 주차장은 3만원, 장기 주차장은 하루 2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오는 10월 1일부터 인천공항 고속도로 통행료가 6600원에서 3200원으로 인하돼 자가용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요금 인상은 단계적으로 실시해 일단 연내 단기 주차장은 현행 요금을 유지하고, 장기 주차장은 1만5000원으로 올리기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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