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친 월배당 ETF, 어느새 31개 상장... “MZ는 하지 마세요”
지난해 6월 신한 시작으로 1년 만에 폭발적 출시
분배금 지급 횟수만 늘어날 뿐 분배금 자체 증가한 것 아냐
소액 투자 시 분배금 미미... 재투자하기도 애매
“매달 월급 받는 젊은 사람한테 추천할 만한 상품은 아니죠.”
자산운용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고 있지만, 운용 자금이 크지 않은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를 그만둬 현금 흐름이 끊긴 은퇴자들에겐 유의미한 상품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겐 월배당이 크게 의미 없다는 뜻이다.
매달 급여를 받는 MZ세대에게 해당 상품이 의미가 있으려면 매달 받는 배당액 자체가 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월배당 ETF가 매달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돈은 주당 50원도 채 되지 않는다. 천만원을 투자했다고 해도 분배금이 5만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소액 투자자는 분배금을 받아도 바로 재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소액이 계좌에 마냥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월배당 ETF는 모두 31개 상장해 있다. 해당 ETF들의 가장 최근 분배일은 지난달 30일이었는데, 같은 날 종가와 비교해 분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41%에 그쳤다. ETF가 주당 1만원이라면 1주당 41원을 월 분배금으로 받는 셈이다.
월배당 ETF란 문자 그대로 매월 배당, 즉 분배금을 받는 ETF다. 기존의 ETF는 분기 배당 방식이라 1년에 4번만 분배금을 지급해 왔다. 월배당 ETF는 구성 종목을 짤 때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있게끔 골고루 편입하면 된다. 다른 ETF보다 어렵거나 복잡한 구조가 아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우후죽순으로 월배당 콘셉트의 ETF를 출시했다. 우리 ETF 시장은 자산운용사 8곳(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탁·한화·키움투자·신한·NH아문디자산운용)이 점유율 99%를 차지하는데, 이들 중 한화·키움투자자산운용을 제외한 6곳에서 월배당 ETF를 내놓을 정도다.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역시 현재 월배당 ETF를 준비 중인데, 이렇게 되면 8개 운용사가 모두 월배당 ETF를 갖춘 게 된다.
특별할 게 없는데도 이들이 월배당 ETF를 쏟아내는 이유는 업계 후발주자가 월배당으로 성공한 걸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신한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월배당형인 SOL 미국S&P500을 필두로 마찬가지로 월배당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SOL 미국배당다우존스(H)를 상장시켰는데, 1년도 안 돼 해당 ETF들의 순자산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시장 점유율 순위는 8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이에 운용사들은 새롭게 월배당형 ETF를 내거나 기존에 상장된 ETF의 분배금 지급 주기를 연 4회에서 12회로 바꿨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내놓는다고 무조건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는 대세 상품인 건 아니다. 월배당은 분배 주기만 잦을 뿐 분배 금액이 많진 않다. 기존에 4번 주던 분배금을 12번에 쪼개 주는 상품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31개 ETF의 월평균 시가배당률을 고려할 때 1인 가구 최저생계비(124만원)를 분배금으로 챙기려면 1만원짜리 ETF 3만244주를 갖고 있어야 한다. 약 3억원어치다.
주당 가격과 비교해 분배금의 비율이 가장 적었던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다우존스30였다. 지난달 30일 2만2795원에 장을 마친 이 ETF는 같은 날 투자자에게 주당 20원을 분배금으로 지급했다. 가격 대비 분배금 비율이 가장 높은 상품 역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이었다. 이 상품은 같은 날 1만75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101원의 분배금이 나왔다.
ETF는 분배금뿐만 아니라 매 시각 가격이 변해 오르면 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그 반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31개 월배당 ETF의 연평균 시가배당률은 4.92%인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해당 상품보단 4.93% 이상의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 간 ETF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배당이 적어 배당형 상품으로 구성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종목도 월배당형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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